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공원시설 유지’ vs ‘아파트 고분양가’…제주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막판 조율

음악당 소공연장·지하주차장 이견

사업비 변경 협의 지연으로 지지부진한 제주 도시공원(오등봉) 민간특례사업(공원+아파트 조성)이 제주시와 공동사업시행자 간 막판 조율 중이어서 협상이 타결될 지 주목된다. 음악당 소공연장 설치를 둘러싼 줄다리기로 공원시설 유지와 아파트 고분양가 딜레마에 빠졌다.

 

2일 제주시와 사업자인 오등봉아트파크㈜에 따르면 제주시는 음악당(콘서트홀 1200석+소공연장 300석) 760억원, 토목·조경 등 공원시설 400억원 등 공원사업비 1160억원을 제시하며 변경 협의를 촉구했다. 다만, 제주시는 지하 주차장은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제안했다.

제주 도시공원(오등봉) 민간특례사업 전체 조감도. 오등봉아트파크 제공

이에 대해 사업자는 지난달 29일 시가 제안한 공원 사업비는 추가재원 부족으로 수용할 수 없다며 120억원 적은 1040억원을 제안했다. 공사 자재비와 금리 인상 여파로 제주시가 제안한 1160억원을 투입하면 아파트 고분양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업자 측은 공문을 통해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2598만원, 사업자 수익은 검증 대비 60%를 감액한 600억원, 공원 조성비는 중부공원과 동일하게 제안 대비 22%를 감액한 1040억원을 제시했다. 다만, 공원 조성비 세부 항목은 제주시 결정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시는 음악당 지하 주차장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지만, 사업자는 소공연장을 그대로 두고 지하 주차장을 축소하면 교통영향평가 심의에서 수용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통영향평가에서 심의의결 보완한 주차장 설치계획을 보면 주차대수 714대 중 355대는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도록 했다. 공연장 규모를 축소해 주차 수요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주시는 소공연장은 연습과 리허설을 해야 하는 필수 시설로 당초 협의한 대로 소공연장을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주시 “소공연장 필수시설…지하주차장 삭제 가능”/사업자 “소공연장 유지, 지하주차장 축소? 심의 통과 어려워”

 

제주시는 강병삼 시장 임기인 이달까지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공원 사업비를 둘러싼 이견을 좁혀야 한다.

 

공원 조성계획이 우선 정리돼야 공원 사업비를 추산하고 이를 토대로 아파트 분양가와 사업자 수익금 등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이 제시한 공원 사업비 차이는 120억원이다.

제주 도시공원(오등봉) 민간특례사업 공원시설 조감도. 오등봉아트파크 제공

제주시는 공공시설에 대한 최대한의 양보를 받아내면서 공공성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신 공사비 증가는 비공원시설 내 아파트 분양가 상승과 직결된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민간사업자는 아파트 미분양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미 착공한 중부공원(3.3㎡ 당 평균 분양가 2425만원) 아파트 분양률이 저조한 점도 자극이 되고 있다. 제주시가 제안한 공원사업비를 투자하면 분양가가 3.3㎡ 당 3000만원을 넘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업자 측은 “공원 사업비 협상 지연으로 당초 5월에 예정된 분양계획이 미뤄져 한 달에 약 20억원의 금융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양측이 극적 타결을 이끌어 낼 경우 사업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도시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제주시와 오등봉아트파크 간 협약서 변경을 거쳐 곧바로 착공에 돌입한다.

 

협약서는 2020년 12월 안동우 전 제주시장이 서명했다. 당시 협약에 따른 총사업비는 8161억원이다. 이중 토지보상비는 1532억원이다. 민간사업자의 보장 수익률은 8.91%다.

 

4년간 토지비와 공사비가 오르면 총사업비는 1조2000억원대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