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수순, 北 도발이 자초한 일이다

오물풍선 최근 1000여개 대남 살포
심리전 차원, ‘치명적 도발’ 우려도
군 당국, 만반의 대비태세 갖춰야

정부가 북한의 잇따른 오물풍선 살포와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도발과 관련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포함한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를 통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어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후 브리핑에서 “분명히 북한에 경고했었고, 시간을 줬는데 경고가 나가자마자 바로 답이 온 것”이라며 “저희도 굳이 시간 끌 필요 없이 필요한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 때 이후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이후 1000여개의 오물풍선이 서울·경기·충청·경북 등에서 식별되고 서해 서북도서 일대에서 GPS 전파교란 공격이 닷새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최근 동시다발 도발은 보수단체에서 대북전단 30만장을 날려 보낸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지만 치밀하게 계산된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 사회의 불안과 혼란을 부추기기 위해 고도의 정치심리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물풍선에 화학물질이나 폭탄 등을 실어 보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조장해 남남갈등을 조장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오물풍선 살포는 심각한 정전협정 위반이다. 담배꽁초, 퇴비, 폐 천 조각 등으로 저열한 공격을 하는 집단을 정상적인 나라라 할 수 있겠는가. ‘오물 국가’임을 자인하는 것과 진배없다.

 

오물풍선과 GPS 전파교란 공격은 고강도 추가 도발의 예고편으로 봐야 한다. 과거 전례를 보면 북한은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도발 뒤에서 다른 도발을 준비하며 발톱을 숨겼다. 우리 군 당국은 연평도 포격 같은 북한의 치명적인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더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라고 하더니 올해 들어선 ‘남한은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하지 않았나.

 

북한의 도발에 ‘낮은 차원 대응’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도발 수위를 높이는 이상 ‘북한이 소름 돋게 인식하는’ 대북 확성기 재개를 실행에 옮길 수밖에 없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최전방 북한군 부대와 접경 지역 북한 주민이 들을 수 있어 북한 정권이 두려워하는 위력적인 심리전 도구로 꼽힌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이 자초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정부와 국민에게 오물풍선 같은 더러운 협박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