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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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영토·영해·영공 헌법 개정 앞두고, 서해 경계 획정 분쟁화 포석 가능성 [北 잇단 '복합 도발']

北 도발 의도는

김정은 1월 최고인민회의서 심의 지시
5·24 정치국 회의에서 군사 과업 제시
28일 오물 풍선 등 강경 담화·도발 실행

최근 북한의 육·해·공에서의 도발 엄포가 북한의 영토·영해·영공 경계 확정을 담은 헌법개정과의 관련성이 주목된다. 특히 군사분계선이 명확한 육상과 달리, 남북관계 악화 시마다 ‘화약고’로 떠올랐던 서해에서 일방적으로 해상경계를 획정, 분쟁화하려는 포석으로 위력시위 가능성도 우려된다.

2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전망대에서 시민들이 북한 개풍군 지역을 보고 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우리 국가의 남쪽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진 이상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령토, 령공, 령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도발로 간주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토, 영해, 영공에 대한 정치적 및 지리적인 정의를 헌법 개정안에 담아 다음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심의하도록 지시했다. 지난달 24일 북한은 당 중앙위 정치국회의를 열고 이달 하순에 당 전원회의를 소집한다고 결정했다. 정부는 최고인민회의도 6월 하순 당 전원회의 직후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최근 집중된 잇단 도발은 5·24 당 중앙위 정치국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보여, 6월 하순 전원회의까지의 정치 및 군사 계획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김 위원장이 당시 정치국회의에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보고를 받고 군사활동 과업을 제시한 다음날부터 위협적 담화와 군사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국회의 바로 다음날 나온 김강일 국방성 부상 담화에선 △한·미 공군의 정찰활동 △한·미 해상활동 △대북전단을 문제 삼으면서 ‘맞대응’을 예고했고 28일부터 ‘오물 풍선’이 실행으로 옮겨졌다.

 

특히 국방성 부상 담화에선 “한국 해군과 해양경찰, 각종 함선의 해상국경선 침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며 “계속 침범한다면 어느 순간 수상에서든 수중에서든 자위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NLL(북방한계선)을 남북 경계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해온 북한은 그간 남북 군사회담에서 여러 안을 내놓았지만, 이번에 북한이 말하는 “해상국경선”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밝히진 않았다. 북한이 서해상에서 GPS를 교란하는 것은 서해상에서 우리 측 어선이나 경비정의 GPS에 혼동을 줌으로써 향후 북한의 해상 도발을 정당화하려는 시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일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역 인근에 북한이 보낸 대남 전단 살포용 풍선이 떨어져 있다. 뉴스1

NLL무력화 도발이 워낙 민감한 문제인 만큼 당장의 가시적 대응보다 GPS교란 정도로 대남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센터장은 2일 “한·미공중정찰, 해상, 대북전단을 문제 삼은 것은 세 분야에서 앞으로 도발강도가 강해질 가능성을 예고한다”며 “공중정찰은 최근 초대형방사포 연쇄도발로 대응했고 전단도 대남 오물풍선으로 대응했지만, 서해는 훨씬 민감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해상 국경선을 명확하게 밝히는 순간 국경을 수호하기 위한 해군력과 군사대비태세를 정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연쇄 도발의 이유에 대해 최근 대북전단에 북한 지도부가 묵과할 수 없는 내용이 담겼거나 이달 하순 당 전원회의에서 상반기 총화를 앞두고 군사분야에서 대적활동 성과를 올리기 위한 목적, 감정적인 대남 불만표출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