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닫이(櫃)는 우리 민족만 사용해온 가구다. 각 지방마다 개성을 갖추고 있는데, 양산과 충무를 포함한 밀양반닫이는 장석 부분에서 독창성을 띤다. 밀양반닫이는 대부분 받침다리가 없고 각목형의 족대(足臺)만 달려 있으며, 앞면에 부착되는 무쇠금구장식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불로초형의 약식화 된 경첩에 아(亞)자 무늬가 독특하고, 아랫널 복판에 달린 달모양 손잡이가 전체적으로 어울려 아름다움을 더한다.
백자청화모란접문병(白瓷靑畵牧丹蝶紋甁)은 긴 목이 서서히 벌어져 내려오다가 넓은 몸체 아래와 만나는 형태로 조선후기 전형적인 백자병이다. 몸체 전면에 담청색이 감도는 청화로 큼지막한 모란을 한가득 그려 넣었다. 이처럼 자유롭고 대범한 공간구도를 연출하는 시도는 19세기 청화백자의 특징이다. 은은한 광택이 있는 담청색의 백자유가 고르게 시유되어 있고, 굽부분은 가는 모래 받침의 흔적이 남아 있다.
공고상(公故床)은 조선시대 고관이 궁중이나 관청에서 숙직할 때, 상노들이 이 상에 음식을 담아 머리에 이고 나를 때 쓰던 상이다. 번상(番床)이라고도 한다. 공고상은 원래 관가에서 쓰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그 생김새는 깔끔하며 재료도 대부분 행자목과 같은 고급 재질을 사용하고 생옻칠을 했다. 반면(盤面)은 12각으로 둘러쳐 있고 다리에 해당하는 통상(筒狀)의 각은 12각보다 적다. 앞부분에 해당하는 통상에는 머리에 이었을 때 앞을 내다볼 수 있도록 안상(眼象) 또는 풍혈 구멍을 뚫어 실용성과 안정적 미감을 고루 담고 있다.
이같은 ‘문화유산’은 화려하고 고고한 옛 그림이나 백자, 청자만을 가리키지 않고 일상에서 쓰이던 소박한 소반, 떡살, 부채와 같이 생활 흔적이 담긴 ‘아름다운 우리 것’을 모두 아우른다.
한국고미술협회(회장 김경수)는 3∼5일 사흘간 서울 동대문구청에서 ‘제1회 장안평&답십리 고미술축제’를 개최한다. 역사의 혼과 선인들의 지혜가 담긴 옛 유물들을 향유하고자 답십리와 장안평의 고미술업체들과 함께 마련한 행사다.
답십리와 장안평의 고미술상가는 1980년대 초 형성돼 지금은 약 100여 개의 전문점이 모인 국내 최대 규모 고미술전문상가다. 도자기, 고서화, 전적, 목기, 석물, 민속공예품부터 예비문화유산까지 약 7만 여 점의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5일 오후 2시에는 KBS ‘진품명품’의 감정위원들이 다수 참여하는 ‘무료감정 이벤트’가 열린다.
김경수 한국고미술협회장은 “이번 축제를 통해 과거 전통생활을 친근하게 여기고 고미술품을 수집하던 세대들뿐만 아니라, 현대예술을 접하고 소비하는 젊은 세대의 변화된 트렌드에 맞춰 컬렉션의 새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