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바이든· 트럼프 대중 정책에서 어떻게 다를까 [이슈+]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 정가에서 대중 정책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중국에 대해 완전한 승리를 주장하는 매파 보수주의자들과 ‘대화 있는 경쟁‘을 추구해 온 바이든표 대중정책을 지지하는 이들 간의 논쟁이다.

 

조 바이든(왼쪽), 도널드 트럼프. AP연합뉴스

논쟁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부보좌관을 지낸 매슈 포틴저와 마이크 갤러거 전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이 먼저 불을 붙였다. 이들은 지난달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을 관리해서는 안 된다.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온 중국과의 ‘대화 있는 경쟁‘에 대한 근본적 불신을 드러낸 셈이다. 이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경쟁 관리‘ 정책은 보다 큰 글로벌 안보를 희생양 삼아 양자적인 안정을 추구하며, 협력을 지향하지만 현실 안주만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경쟁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완전한 승리(victory)’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국방력을 끌어올리고, 서구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하며, ‘데탕트‘(긴장완화) 정책 대신 완전한 봉쇄 정책으로 중국의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포틴저와 갤러거는 “1970년대 미국이 소련을 상대하기 위해 채택했던 신뢰할 수 없는 데탕트 정책처럼 현재 바이든의 방식은 중국 지도자의 협조를 얻지 못하고, 그들이 처벌 없이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강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인 루시 도시는 반박문을 내놨다. 그는 최근 포린어페어스에 포틴저와 갤러거의 바이든 행정부표 대중 정책 비판 기고문에 대한 응답으로 쓴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제목의 반박문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 경쟁이 다른 경쟁과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보여주는 지난 1월 대중 연설은 미국이 중국의 정치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능력에 대해 현실적인 가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을 완전히 봉쇄하려고 하지 않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이 미국이 중국과의 양자 관계를 ‘관리‘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패권으로부터 미국의 경제적 기술적 리더십을 유지하고 이 지역의 민주주의를 지원하는 보다 직접적이고 오래된 미국의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뜻이다. 즉,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 정책에서 현실적인 목표 아래 실현 가능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도시는 “바이든 행정부는 기술적 측면에서 미국을 앞서나가고, 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지역 군사 작전을 강화하고, 이란, 북한, 러시아와 더 긴밀하게 협력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경쟁이 냉전시대가 그랬던 것처럼 깔끔하게 끝날 수 있다는 포틴저와 갤러거의 가정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포틴저와 갤러거가 강력하게 드러내지 않지만, 결국 이들이 원하는 것은 레짐 체인지이며 이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구상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 ‘어떻게 트럼프의 대외 정책을 예상할 것인가‘ 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만 정책에서 제한주의자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매파 공화당원들은 대만이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무력을 스스로 갖추고 미국이 이를 지원하기를 원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리적 전쟁보다는 대중 관세 등 무역전쟁에 더 집중한다는 얘기다. 그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시 어느 정도로 강경한 대중 정책을 쓸 지는 알 수 없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한주의자라고 하더라도 그를 지지하는 매파 보수주의자들의 의견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