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조견과 구조견 핸들러(운용자)는 산악 지형의 인명 수색에 최전방이자, 최후의 보루입니다.”
경남 산청소방서 소속 119구조견 운용자 손기정(사진) 소방위는 구조견과 운용자 간 호흡이 인명 구조 활동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6년 소방에 입문한 손 소방위는 2013년부터 구조견 운용자로 활동해왔다. 손 소방위의 주요 임무는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한 지리산이나 여러 사고 현장에서 그의 파트너 구조견 일곱 살 저먼 셰퍼드 ‘피코’와 함께 골든타임 안에 실종자를 찾는 것이다.
손 소방위는 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인명 수색 현장에 나서는 119구조견들은 다른 견종에 비해 지능이 높고, 훈련 성과가 탁월해 특히 산악 구조에 특화돼 있다”고 귀띔했다. 119구조견에 벨지언 시프도그의 한 종류인 말리누아, 저먼 셰퍼드, 리트리버가 많은 이유다.
피코는 손 소방위의 두 번째 파트너다. 현재 전국에 35마리의 구조견이 있는데, 경남은 2013년부터 3마리로 확대·운영하고 있다. 그는 “저희가 활동하는 곳이 산악 지형이나 붕괴 현장 등 위험 지역이다 보니 구조견과 운용자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를 하게 된다. 그렇게 계속 교감을 쌓다 보면 어느새 진정한 원팀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원팀’ 효과는 실전에서 곧바로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진다. 2019년 9월 경남 의령군에서 한 할아버지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구조견과 함께 찾아 나섰는데, 할아버지의 체취를 맡은 구조견이 수색에 나선 지 40분쯤 지났을 무렵 쓰러진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생명을 구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산악 구조 현장에서 구조견과 드론 합동 수색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119구조견은 뛰어난 후각과 청각, 체력으로 수십명의 구조대원보다 빠르게 실종자의 위치를 탐색할 수 있고 넓은 지역을 수색할 수 있다. 손 소방위는 “드론은 구조대원과 구조견이 진입하기 힘든 절벽이나 위험 구간에서도 열화상 카메라 등을 이용해 수색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시너지 효과가 있는 만큼 구조견과 드론의 장점을 활용한 실종자 수색 강화 훈련이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며 “그러면 실종자를 보다 신속하게 구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구조견은 대구에 있는 중앙119구조본부 구조견교육센터에서 강아지 때부터 각종 훈련을 통해 후각과 청각을 포함한 구조견으로서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완벽한 구조견이 되기까지는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년이 걸린다. 이렇게 탄생한 구조견은 통상 8살이 되면 구조견으로서의 역할을 마치고 은퇴를 한다.
손 소방위는 “구조견을 현장에서 만나면 무서워하는 시민들이 일부 있는데, 구조견은 친화력이 뛰어나 사람을 해치거나 공격하지 않는다”며 “구조견을 만나게 된다면 무서워하지 말고 따뜻한 격려와 칭찬 한마디가 저와 구조견에게 큰 힘이 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