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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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사고 후 ‘잠수’ ‘술타기’…실제 현실에서도 통할까?

음주운전 전력 있는 운전자들 “일단 도망가라”

사고 뒤 술 마시는 ‘꼼수’…무죄 판결받은 사례도

“꼼수 막을 보완대책 필요해…처벌 조항 만들어야”
YTN 캡처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 씨는 사고 17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 제대로 된 음주 측정이 사실상 어려웠다.

 

이런 식으로 이른바 '잠수' 하거나 사고 뒤 술을 마시는 '술 타기' 수법 등 수사를 어렵게 하는 각종 꼼수를 공유하는 곳도 있다.

 

'도망가도 현장에서 걸리지 않으면 된다' '호흡 측정이 아니면 어차피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는다'는 식이어서 또 다른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경찰과 YTN에 따르면 김 씨는 사고 당시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확인이 어려웠다. 김 씨가 음주를 시인했는데도 음주운전 혐의는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았다.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일단 도망가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각종 꼼수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까지 생겼다.

 

문제는 이같은 일부 꼼수는 현실에서 실제로 통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사고 뒤 술을 마시는 '술 타기' 수법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法 “정확한 음주 측정 어렵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음주 사고를 내고 도주해 또 술을 마신 한 남성은 체포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만취 상태였지만 사고 전 어디서,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입증할 자료가 없었다.

 

정확한 음주 측정이 어렵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돼 무죄가 확정됐다.

 

임신한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 들고 귀가하던 남편을 치어 숨지게 한 가해자도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다.

 

19일 만에 자수해 사건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할 수 없었고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한 수치를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꼼수를 막을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음주 사고 이후 다시 술을 마신 경우 별도의 처벌 조항을 만들 필요도 있다고 제언한다.

 

◆경찰 “김호중,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현행법상 음주운전 혐의 적용 가능”

 

경찰이 김 씨에게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자 보수적 수치를 대입해도 음주운전 혐의 적용이 가능한 수준이었고, 여러 결과 중 하나는 면허취소 수준의 음주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김씨에게 가장 보수적으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했음에도 현행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이 나왔다"며 "경찰에서 계산한 값과 의뢰해서 받은 값 중에는 면허취소(0.08%) 수준인 수치도 있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김씨 측이 경찰 조사 당시 '비공개로 나가게 해달라'는 요청을 경찰이 거부했다며 인권 침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사건 관계자들은 정문으로 들어와서 정문으로 나가는데 김씨 측은 변호인이 비공개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한다"며 "(출석 때 지하로 들어간 것은) 초기에 강남경찰서에서 잘못 판단한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서울청 차원에서 바로잡아서 다른 피의자들과 동의한 수준으로 퇴청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청장은 이번 사건처럼 피의자가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하거나 운전자를 바꿔치기해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입법을 논의할 필요성이 충분히 있는 주제"라고 밝혔다.

 

이어 "명백한 범죄를 저지른 후 법망을 피하기 위해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 것이 이익으로 이어지면 사회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부 팬들 ‘과도한 감싸기’ 논란도…“퇴출 반대한다”

 

한편 김 씨에 대한 일부 팬들의 과도한 감싸기가 논란이다. 실제 이날 KBS 시청자 청원게시판에는 김호중에 관한 다양한 청원이 올라와 있다.

 

작성자 A 씨는 '클래식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김호중의 KBS 퇴출을 반대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그동안 많은 선행을 하며, 모든 프로그램에 최선을 다했던 사람이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고 있다"며 "한국의 테너이며, 크로스 오버의 한 획을 긋고 있는 김호중의 KBS 퇴출은 대한민국의 인재 손실임이 분명하다, 이에 김호중 KBS 퇴출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호중은 구속심사날 수갑이 채워진 채, 모든 이동 동선이 생중계됐고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받지 못했다"며 "그간 받아온 비난의 상처가 커서 더 이상의 흠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과 김호중에게는 전부나 마찬가지인 팬들의 사랑을 잃을까 하는 두려움이 커서 순간 잘못된 선택을 했나 보다"라고 덧붙이며 선처를 구했다. 해당 청원에는 800명에 가까운 팬들이 동의를 표했다.

 

B 씨는 '김호중 방송 퇴출에 관한 반박 내용'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며 "분명 그는 잘못했다, 그러나 아직은 젊은 30대 초반의 나이이고 앞으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청년이다, 게다가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세계적인 천재 목소리를 가지고 태어난 아티스트"라며 "그의 천재적인 재능을 아깝게 여겨서 그가 자숙하며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게끔, 법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사회는 한 번은 보듬고 안아주어야 하는 관용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적었다. 이 글은 1400명이 넘는 팬들이 동의해 KBS가 이에 대해 답변해야 한다.

 

이 밖에도 최근 김호중의 팬이 유튜브 댓글에 "(임)영웅아, 아무리 돈 벌고 싶고 공연하고 싶어도 지금 꼭 공연해야겠니"라며 "영웅이는 반성하고 다시 생각해 봐라, 친구 입장이 어떤지", "영웅이는 양심 있으면 이번 공연으로 번 돈에서 호중이 위약금, 구속에서 풀려나는 데 보태줘라"라고 남겨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