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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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커피의 공통점 [박영순의 커피 언어]

반려동물과 커피는 생각할수록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스트레스를 덜어준다. 강아지가 꼬리를 살랑이며 다가와 몸을 문지르는 순간, 우리의 몸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가 떨어지고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커피를 마시면 도파민이 분비돼 스트레스 감소와 기분 개선에 도움이 된다.

 

질병 예방에도 두 존재는 비슷한 역할을 한다.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사람들은 심장병 발병 위험과 혈압 및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다. 적당량의 커피 섭취는 심장병 발병과 뇌졸중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다. 또 반려동물과의 교류가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커피가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한편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낮춘다는 보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골든 리트리버가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다. CBS뉴스 화면 캡처

사회적 상호작용에서도 커피와 반려동물은 유사한 효과를 낸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친구를 사귈 기회가 많아진다. 반려동물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행위가 공동체 의식을 형성한다. 커피의 이러한 능력은 ‘한없이 늘어나는 카페’만 봐도 알 수 있다.

 

정서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결과가 많지 않지만 심정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다. 최근 청년 1인가구 반려인이 늘어나고 있는데, 반려동물 양육이 소원해지기 쉬운 가족과의 유대감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는 결과가 나왔다. 커피는 당초 ‘고독한 수행자의 벗’이었다. 커피는 수도승이 이겨내기 힘들어했던 수면욕을 떨칠 수 있게 함으로써 신에게 더 다가가는 환희를 선물했다. 일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는 순간 모든 것을 멈추고 비로소 자신을 만난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스스로 위로하는 경험은 소중하다. 고운 정서를 만드는 까닭이다.

 

커피와 반려동물은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커피 농사는 토양 황폐화, 삼림 벌채, 수질 오염 등을 유발한다. 찌꺼기로 인한 쓰레기 문제도 골칫거리다. 반려동물도 배설물, 음식물 쓰레기, 장난감으로 인한 환경오염 등의 우려를 낳는다. 그러나 이로 인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동기부여를 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반려동물 양육은 윤리의식에 눈뜨게 한다. 반려동물 유기, 학대, 착취를 용납하지 않는 행동 속에서 인류애보다 큰 생명존중 사상을 만난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끝내 산지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다. 커피를 마실 때 공정무역·직접무역 커피를 가려 마시는 작은 행동 자체가 어려움을 겪는 농부의 삶을 응원하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려동물은 우리의 법체계에서는 여전히 ‘물건’으로 취급받고 있다. 장난감의 의미가 들어 있는 ‘애완동물’에서 가족의 의미를 담은 반려동물로 언어는 바뀌었지만 법적 지위는 개선되지 못했다.

 

카페가 반려동물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돕고 있다. 파피치노(Puppychino), 파펙트브루(Paw-fect Brew), 푸치펀치(Pooch Punch) 등 강아지와 고양이를 위한 메뉴를 만들어 대우하고 있다. 마침내 반려동물이 비행기의 짐칸에서 나왔다. 미국의 반려견 전용 항공사 ‘바크 에어(Bark Air)’가 첫 운항을 했다. 반려견들은 기내에서 사람처럼 좌석, 침대 등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카페에 반려동물을 위한 무카페인 음료가 생긴 것이 반갑다. 결국 우리는 ‘두 개의 물방울’이 아닌가?

 

박영순 커피인문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