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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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함이 요리의 원천… “식재료 다양한 변주 노력” [유한나가 만나 셰프들]

레스토랑 주방보조로 요식업계 첫발
대학 마치자 이탈리아 요리학교 유학
여러 매장 거쳐 ‘한본새’·‘가디록’ 개업
아롱사태로 만든 곰탕 시그니처 메뉴
온갖 야채 넣고 뭉근히 끓인 육수 압권
한식 느낌의 젓갈스파게티도 인상적
한본새의 권기석 셰프를 만났다. 권 셰프는 수능시험을 마친 뒤 처음으로 돈을 벌기 위하여 시작하였던 일이 프렌차이즈 패밀리 레스토랑 주방보조였다. 아무런 지식 없이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하다 보니 전문적인 요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음식을 다수의 고객이 맛을 본 뒤 평가받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공대(한국기술교대)를 다니다 자퇴하고 재수를 하여 들어간 상대(건국대 글로컬캠퍼스)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면서도 주방일과 홀서비스 파트타이머(패밀리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중식당)는 꾸준히 하였기에 대략적으로 주방의 일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연스레 배우게 되었다.

권기석 셰프

경영학과를 졸업하면 사무직으로 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런 생활은 본인의 적성에 맞지 않을 거란 생각이 항상 맴돌았고, 머리도 식히고 영어도 배워 보자는 생각으로 떠난 호주 시드니에서도 주방일을 하게 됐다. 이때 요리가 점점 재미있어져 그곳에서 유학자금을 모아 유럽에서 제대로 요리를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요리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한국에 돌아와 다니던 대학을 졸업하고 다음해에 이탈리아 알마(ALMA) 요리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학교수업과 레스토랑 실습을 통하여 많은 부분을 배우고 졸업 후 한국에 들어와 이태원의 ‘오키친2’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권 셰프에게 가장 큰 성장이 있던 시기가 이때였는데, 대다수 주방 구성원들의 실력이 출중하여 배울 점이 많았고, 더 나아가 이탈리아에서 체득한 지식을 한국의 상황에 맞게 시도해 볼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오키친2를 퇴사한 후에는 전주에 내려가 지인의 수제버거 브랜드인 ‘매드 헝그리’ 론칭을 도왔고, 다른 분야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바람으로 케이터링과 베이커리를 같이 운영하는 서울의 한 회사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1년 반 정도 일하면서 부산에서 수입 차 브랜드 미니(MINI) 카페와 해운대 달맞이고개의 다이닝 ‘키친동백’ 론칭에 참여했다. 이어 서울에서 권 셰프의 첫 업장인 ‘가디록’을 오픈하였다.

 

현재는 ‘한본새’와 ‘가디록’을 운영 중이다. 한본새는 곰탕과 국수 위주의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식사 위주로, 저녁에는 전통주와 단품요리, 술과 곁들이기 좋은 한식코스를 제공하는 한식당이다. 가디록은 한식과 일식 터치를 가미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점심과 저녁에 다른 구성의 코스를 제공하며 총 15가지 정도의 단품요리(애피타이저, 파스타, 스테이크)도 서비스하고 있다.

아롱사태곰탕

권 셰프의 첫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한본새의 아롱사태곰탕이다. 일반적으로 곰탕이라고 생각하면 특별한 조리 방법이나 어려운 부분이 없이 간단히 끓여내는 국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한 그릇의 음식으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재료의 선택부터 고민을 많이 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권 셰프는 아롱사태를 선택해서 곰탕을 끓여낸다. 보통 수육으로 많이 먹는 소의 아롱사태 부위를 사용함으로써 고소하고 풍부한 육즙이 가득한 고기를 제공하고자 했다. 여러 가지 채소를 넣고 뭉근히 끓여 맑게 뽑아낸 육수가 특징인데, 아롱사태는 짧은 시간 익히면 질기지만 오랜 시간 뭉근히 익혀내면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소의 육향과 표고의 향이 은은한 깔끔한 느낌의 곰탕을 제공하는 동시에 부드러운 고기도 함께 맛볼 수 있다. 이 곰탕은 벼꽃향미라는 향이 좋고 식감이 좋은 벼품종을 사용한 쌀밥을 토렴하여 제공한다.

젓갈스파게티

두번째 시그니처 메뉴는 가디록의 젓갈스파게티로, 청어알젓과 갈치속젓을 블렌딩하여 맛을 낸 한식 느낌의 파스타이다. 일반적으로 파스타에 올리는 치즈 대신 구운 빵가루를 뿌려 젓갈의 짠맛을 상쇄시키며 바삭한 식감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권 셰프는 요리를 하는 셰프의 몸이 고단하고 피곤해질수록 고객은 만족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로운 과정을 거칠수록 고객이 만족할 만한 음식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스스로 요리를 하는 데 있어서 편하고 쉬운 길을 찾기보다는, 조금 더 번거롭고 복잡하더라고 식재료를 가지고 다양한 변주를 고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특히 권 셰프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식의 여러 가지 모습을 고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구움과자 위주의 작은 디저트 숍을 오픈할 계획이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셰프는 성실함에서 시작해서 성실함으로 끝이 난다. 셰프는 직업의 특징상 평균적인 근무시간이 다른 직종보다 긴 현장이 많고 항상 서서 근무하기 때문에 성실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을 꾸준히 할 수 없다. 이에 권 셰프는 성실함을 바탕으로, 고객이 셰프가 만든 결과물을 맛있게 먹고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소비를 했다는 인식과 경험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요리를 하고 있다. 앞으로 여유가 생긴다면 대학원에 진학하여 외식업 관련 공부를 조금 더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