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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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엔, 韓 정부에 “여가부 인력·예산 대폭 늘려야”…2년 내 후속 자료 제출 요구

“여가부 장관 지체 말고 임명” 권고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가 한국 정부에 “여성가족부의 인력과 예산을 대폭 확충하라”고 권고하며 이와 관련해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설명하는 자료를 2년 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실제 여가부 지원을 강화하는지 주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CEDAW는 3일(현지시각)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9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 최종권고안을 발표했다. CEDAW는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한 189개국의 협약 이행 상황을 심의하는 위원회다. 한국은 1984년 가입 이후 약 4년마다 관련 분야의 정책성과를 국가보고서 형태로 제출해 심의를 받아왔다. 이번 권고안은 지난달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심의를 반영한 CEDAW의 최종 의견이다.

 

사진=연합뉴스

CEDAW는 권고안에서 “여가부의 인적·기술적·재정적 자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여가부 직원들이 모든 정부 부처에 성 주류화 노력을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를 지원하라”고 밝혔다. 여가부가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CEDAW는 이같은 권고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정부가 취한 조치를 설명하는 서면 자료를 “2년 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CEDAW는 협약국이 권고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여성차별철폐협약 이행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여겨지는 항목에 대해 이러한 후속조치를 내린다. 정부가 여가부의 인적·기술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여성 권익보호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조치는 여가부 폐지에 대한 우려 속에 나왔다. CEDAW는 여가부 폐지가 그동안 여성 인권을 발전시킨 법적, 정책적 체계를 퇴행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여가부 장관 임명 실패, 여가부 예산의 급격한 감소, 퇴행적인 여성정책에 대해 더욱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CEDAW는 “여가부 장관을 지체 없이 임명하고, 어떠한 조직개편에서도 그 기능을 유지하라”고 권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20일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한 이후 100일 넘게 후임 장관을 임명하지 않으며 여성정책을 약화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한 셈이다.

 

또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한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고, 여성 발전을 위한 국가 계획·전략의 설계, 채택, 실행에 있어 여성 단체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라는 권고도 내놨다. 지금은 여성 단체의 참여가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