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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성폭행 사건 재조명에 불똥 튄 볼보 딜러사…직원, 연락 끊고 잠수

해당 직원, 논란 일자 무단결근
볼보 딜러사, 직원 프로필서 삭제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한공주’ 포스터.

20년 전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이 최근 다시 조명을 받는 가운데, 당시 사건을 주동한 것으로 알려진 남성 A씨의 신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며 일부에서 사적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

 

A씨는 언론 보도 등으로 공분이 일자 연락을 끊고 잠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세계일보가 각종 커뮤니티에서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인터넷에 가해자 중 일부의 사진과 직업, 가족관계 등이 모자이크 등의 처리 없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이 가운데 ‘주동자’로 꼽히는 A씨가 현재 볼보코리아의 한 딜러사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A씨를 포함해 볼보 측에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집단성폭행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된 가해 학생 44명 중 단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고, 이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온한 일상이 매체를 통해 전해졌는데, 그런 인물이 볼보에서 근무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검찰은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10명만 기소했고, 울산지법이 2005년 4월 기소된 10명에 대해 부산지법 가정지원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이들 가해자 대부분은 개명한 상태로 신상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상태였지만,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A씨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논란에 대해 볼보 딜라사는 “A씨와 연락 두절 상태”라고 밝혔다. 또 유튜브 등에 비판 댓글이 달리자 공개한 광고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한편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은 20년 전인 2004년 1월 발생했다.

 

당시 울산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A양은 알코올 중독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해 집을 나갔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알게 된 고교생 박모 군을 만나러 밀양에 갔다가 박군의 선·후배 고교생들에게 집단성폭행을 당했다.

 

박군은 A양을 유인해 쇠파이프로 내리쳐 기절시킨 후 12명과 함께 성폭행했다. 또 그 모습을 캠코더와 휴대전화로 촬영해 협박에 이용했다. 그렇게 1년 동안 저질러진 범행에 가담한 밀양 고교생은 무려 44명에 이른다.

 

A양은 수면제 20알을 먹었으나 이틀 만에 깨어났고, 울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치료를 받았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A양의 어머니는 2004년 11월 25일 경찰에 사건을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딸의 신분을 보호해달라’는 A양 어머니의 간절한 부탁에도 언론에 사건 경위와 피해자의 신원을 그대로 노출했다. 대면조사에서도 여경 대신 남성 경찰관이 심문을 맡았고, A양은 “네가 먼저 꼬리 친 것 아니냐”, “네가 밀양 물을 다 흐려놓았다” 등의 폭언을 들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사건 이후 신상이 노출되며 서울로 전학,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성폭행으로 인한 여러 합병증에 시달렸다.

 

결국 A양은 폐쇄병동에 입원됐고 그 와중에 가족들이 합의를 강권했다. A양은 가해자에게 합의서와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써줘야만 했다.

 

그의 아버지는 합의금으로 5000만원을 받았다. 이 중 1500만원은 전셋집을 마련하는 데 쓰고, 나머지는 친척들과 나눠 가졌다. 정작 피해자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피의자들에 대한 선고 공판이 진행되는 도중에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다.

 

피해자는 끝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고, 지금도 당시 충격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고 일용직을 전전하며 굴곡진 삶을 살고 있다고 전해졌다.

 

그는 자신을 도왔던 변호사와도 연락을 끊은 상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