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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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공의 복귀명령 해제·사직 허용, 의료계 출구전략 낼 때다

정부, 의료공백 해소용 유화책 제시
대전협 대표 반발 등 효과는 미지수
대통령, 더 설득하고 복귀 명분 주길

정부가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전공의 이탈 사태 해결을 위해 사직을 허용해 퇴로를 열어주기로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제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과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한다”며 “전공의가 복귀하면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해 법적 부담 없이 수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막아왔던 전공의들의 사직을 허용해 수련병원으로 복귀하거나 병·의원 취업을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예외없는 처벌’ 원칙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현실을 고려한 고육지책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전공의 공백 사태를 일정 부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위 눈치 때문에 혹은 계기가 없어서 복귀를 못 하는 전공의들이 소속 병원으로 돌아오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전공의 50% 이상이 복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직서가 수리돼도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반발하는 걸 보면 그리 낙관할 상황이 아니다. 전공의들이 복귀한다고 해도 정작 필수의료 분야는 소수에 그칠 것이라니 우려스럽다. 정교한 추가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근무시간 단축 등 정부가 대대적인 지원책을 잇달아 발표했음에도 전공의 복귀율은 8.4%에 그치고 있다. 전공의들은 ‘증원 원점 재검토’ 주장만 할 뿐 정부와의 대화를 기피하고 뚜렷한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버티면 결국 이긴다’는 생각에 갇혀있는 것 아닌가. 환자들은 애를 태우는데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의료계에서도 “전공의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오겠나. 그런데도 이들이 미래 의료를 이끌고 나갈 주역인 만큼 정부는 대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대통령이 전공의·의대생들을 다시 한 번 설득해 달라’, ‘복귀 명분을 더 만들어주자’는 의료 전문가들의 제언은 고려할 만하다.

이런 와중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를 상대로 ‘큰 싸움’을 예고한 건 유감이다. 의협은 개원의 회원들을 상대로 어제부터 총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갔고, 의대 교수들은 대학 총장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등 강경 대응을 접지 않고 있다. 내년도 의대 증원이 확정된 마당에 명분도 실익도 없는 집단행동을 언제까지 고집할 건지 답답하다. 국민 85.6%가 의사 집단행동에 반대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진정 환자들을 생각한다면 전공의들은 복귀하고, 의료계도 출구전략을 모색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