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청탁을 위한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최재영 목사가 ‘샤넬 화장품 선물은 윤 대통령 취임 기념 국빈 만찬에 초대한 데 대한 순수한 감사 의미였다’는 취지로 검찰 2차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가 청탁 목적을 사실상 부인한 가운데, 검찰이 김 여사를 직접 소환해 입장을 확인할지 주목된다.
4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지난달 31일 최 목사에 대한 2차 조사에서 “샤넬 화장품은 ‘순수한 감사’의 의미로 준 것이고 나머지 선물은 김 여사를 ‘만나려는 수단’으로 준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2022년 6월 김 여사에게 180만원 상당의 샤넬 화장품과 향수를 건낸 것이 같은 해 5월 자신을 윤 대통령 취임 기념 국빈 만찬에 초대해준 것에 대한 감사 의미였고, 나머지는 김 여사를 만나서 잠입취재를 하기 위해 건넸다는 뜻이다. 최 목사는 검사로부터 ‘선물의 목적이 청탁이라기보다는 김 여사를 만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 아니냐’는 등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는 2022년 9월 디올 백을 건넨 후 지난해 7∼9월 김 여사에게 ‘통일TV 송출을 재개해달라’고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최 목사는 이와 관련해 ‘디올 백을 건네고 한참이 지난 때 부탁한 것 아니냐’며 금품 제공과 청탁의 시기 간 간격이 벌어진다는 검사의 지적에 수긍하며 같은 취지로 인정했다. 디올 백을 건넨 후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 의원을 사후(死後) 국립묘지에 안장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나서 2022년 10월17일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온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관계자가 (국립묘지 안장의) 절차만 안내한 것뿐 아니냐’는 검사의 질문에 맞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목사는 앞서 선물을 건네기 전후로 김 여사에게 “청탁을 한 게 맞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앞서 인터넷 언론 서울의소리는 김 여사와 최 목사 간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며 최 목사가 △통일TV 송출 재개 △김 전 의원 국정자문위원 임명 △김 전 의원 국립묘지 안장 등을 청탁했다고 주장했다. 또 최 목사가 디올 백을 선물하며 국립묘지에 안장해달라는 김 전 의원의 청탁을 전달했는데,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조모 과장으로부터 실제 연락을 받았다며 최 목사와 조 과장의 통화 녹음 파일도 공개했다. 서울의소리는 이 같은 정황을 근거로 최 목사로부터 청탁 목적의 금품을 받은 김 여사가 대통령실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는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한 최 목사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13일 1차 조사를 받은 최 목사를 지난달 31일 보름여 만에 다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최 목사가 공무원인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청탁하기 위한 목적으로 김 여사에게 금품을 건넸는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형법상 뇌물수수죄는 ‘공무원’ 등이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할 경우 성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