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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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으로 췌장암 환자 63% ‘진료 거부’ 겪어

“환자 치료 공백 막아달라”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5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췌장암 환자의 63%가 진료거부를 겪고, 51%는 치료가 지연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KCPRC)가 5일 발표한 ‘의료 공백으로 발생한 암환자 피해사례 2차 설문조사’에 따르면 췌장암 환자 28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3%가 진료 거부를 겪었고, 51%는 치료가 지연되었다고 답변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회장은 “정부와 의료계 간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부는 의사 부족을 주장하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의사 배치 문제라고 반대하고 있다. 양측의 통계 해석 차이로 인해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발생하는 의료 공백으로 인해 환자들이 큰 피해를 겪고 있다”며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췌장암 환자 10명 중 6~7명이 정상적인 진료를 받지 못하며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앞서 협회가 암 환자 1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6%가 의료공백으로 인해 진료 거부를 경험했다고 답변했고, 43%의 환자들이 항암 치료가 지연됐다고 토로했다. 김성주 회장은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환자 피해 사례로 ▲외래진료 지연 ▲항암치료 지연 ▲입원실 축소로 인한 입원 지연 ▲신규 환자 진료 거부 등이 조사됐다.

 

김성주 회장은 “정부와 의료계가 지금까지 정부는 비상 체계로 의료계는 남아있는 의료진의 노력으로 중증, 응급환자 큰 문제 없이 원활하게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발표는 포장된 내용임이 설문 조사자료에 수치에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원들의 피해 사례도 많았다.

 

사진=연합뉴스

전공의 파업으로 항암 치료 횟수를 줄이거나 약제를 변경하는 사례가 있었고, 항암 치료 중 간 전이가 왔지만 새 환자는 안 받는다고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거절당한 사례도 있었다. 응급실 수혈을 거부당하거나, 휴진으로 항암 치료가 미뤄지는 것도 부지기수였다. 복수 때문에 응급실을 찾았더니 ‘동기들이 다 사직서를 내서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환자만 오는 곳이 응급실’이라는 소리를 듣고 발길을 돌린 환자도 있었다고 한다.

 

김성주 회장은 “암과 같은 중증 질환 환자들이 이런 고통을 덜어줄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는 환자 중심의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더 이상 환자를 의정 갈등의 도구로 쓰는 것을 멈추고, 정부가 의료 개혁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막을 실효적 제도를 재정비함에 주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의 대정부 요구안

 

1. 의료 공백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 체계 마련: 의료 개시 명령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우므로,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환자들의 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2. 대형 병원 병상수 축소: 병상수 과밀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형 병원의 병상수를 줄이고, 지역 병원 활성화를 통해 의료자원의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3. 수도권 병상 허가 재검토: 전공의 수급 문제를 고려하여 기존 수도권 병상 허가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4. 필수 의료 전공 과정 강화: 내과, 가정의학과 등 필수 의료 분야 전공의 비중을 높여 지역 및 공공 의료를 강화해야 합니다.

 

5. 비대면 진료의 공공적 관리: 비대면 진료가 의료자원 유통의 문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적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6. 이번 사태로 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정부가 인정한다면 건정심에 환자단체의 참여를 확대해주길 촉구합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