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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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와 농사 걱정에…조선시대 가장들의 고군분투

한국국학진흥원은 ‘조선의 가계 경영자’를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 6월호를 발행했다. 이번 호에서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즉 가정을 잘 운영하는 것이 국가를 잘 다스리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여겼던 조선시대 가계 경영을 살펴볼 수 있다.

 

◆끼니와 농사 걱정에 동분서주하는 양반

 

‘18세기 대구 양반 최흥원의 가정경영 분투기’에서 김명자 경북대 외래교수는 대구부 해안현 칠계(대구시 동구 둔산동)에 살았던 백불암 최흥원(1705~1786)이 31세부터 50여년 동안 쓴 ‘역중일기’를 바탕으로 최흥원이 가정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요목조목 설명했다.

 

최흥원은 36세에 부인과 사별한 뒤 두 명의 아들 중 둘째도 먼저 떠나보냈다. 홀어머니를 봉양하며 인근에 사는 세 명의 아우와 일상과 경제를 공유했다. 최흥원은 가족과 노비를 포함한 백여 명의 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씨 뿌리기와 곡식이 익어 가는 상황, 추수, 수확량 등을 꼼꼼하게 챙겼다.

 

자제들이 영남의 훌륭한 학자에게 배울 수 있도록 했고 교육 공간인 북계정사를 마련해 공부에 전념하도록 했다. 최흥원 본인 또한 훌륭한 학자였지만 학자로의 삶보다는 식구의 끼니를 걱정하고 원활한 가계 경영을 위해 노력하는 일상이 그에게는 우선이었다.

◆할배와 손자의 요리책, 웹툰으로 탄생하다

 

조윤서 작가는 ‘조선 양반가의 손님 초대 요리는 미슐랭 부럽지 않은 귀한 맛이다’에서 조선의 조리서 ‘수운잡방’을 소재로 한 경북콘텐츠진흥원 주관 브랜드웹툰 ‘안동 선비의 레시피’를 소개한다.

 

수운잡방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한문 필사본 조리서로 ‘격조 있는 음식문화를 적는 여러 가지 방법’이라는 뜻이다. 상편은 탁청정 김유(1491∼1555), 하편은 그의 손자인 계암 김령(1577∼1641)이 각각 집필했다. 대대손손 내려져 오던 요리법을 가장인 할아버지와 손자가 남겼다. 

 

수운잡방에 실린 술과 음식은 모두 121종이다. 조 작가는 이 중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것을 우선 선별해 소개했다. 삼색어알탕과 분탕, 전계아, 향과저, 황탕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 집, 우리 마을 두루 살피기

 

웹진 담에서는 조선의 가계 경영자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모락모락’에서는 모처럼 아버지와 상봉한 독선생을 그린다. 대물림된 배앓이로 고생하는 독선생에게 아버지가 태화탕을 건넨다. 독선생은 태화탕을 보며 자식에게 미안해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린다.

 

‘가부장이 가장 노릇마저 못하여’에서는 창극 ‘장화 홍련’을 소개하며 가족을 지킬 의지가 없는 가장인 아버지 배씨의 존재가 공포이고, 그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던 가부장제가 비극이었다고 말한다.

 

‘보릿고개 넘기기’에서 백이의 아버지인 정 진사는 보릿고개에 가뭄까지 닥치자 집안뿐만 아니라 고을의 형편을 두루 살펴 곳간을 열고 곡식을 내어 돌본다. 백이와 목금이는 이무기 강철을 만나 가뭄의 원인을 알게 되고, 억울하게 죽은 후 연못에 버려졌던 배씨 자매의 도움으로 그의 노여움을 풀어 준다. 그 후 이들의 마을에는 시원한 비가 쏟아진다.

 

‘즐거운 나의 집 오헌’은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 무섬마을의 오헌 편액에 관한 이야기이다. 박제연(1807~1890)의 호이자 당호인 오헌에는 여든이 넘도록 관직 생활을 하며 가족과 함께 살고자 했던 마음과 고향 영주를 향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웹진 담 6월호는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안동=배소영 기자 sos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