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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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한 잔 ‘꿀꺽’ 마시고 ‘쿨쿨’ 비행 습관… 이 질환 부른다 [건강+]

알코올 섭취+저산소 상태+수면=심장질환 위험↑
장거리 비행 때 푹 자려고 술 마시는 습관 고쳐야

해외출장이 잦은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비행기에 탑승 하면 꼭 술을 마시고 잔다. 장거리 비행의 지루함을 덜어주고 피로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 달에 절반은 해외 출장을 다니는데 기내에서 제공하는 맥주나 위스키를 마신 뒤 잠에 든다”며 “푹 자고 나면 몸이 가볍고 개운하다”고 말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김 씨 처럼 장거리 해외출장 및 여행 시 술을 마시고 잠에 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장거리 비행 중 술을 마시고 잠을 자면 심장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의가 요구된다.

 

독일 항공우주센터 에바-마리아 엘멘호스트 박사팀은 5일 의학 전문지 흉부(Thorax)에서 대기압 조건과 항공기 순항 고도의 기내 기압을 모방한 수면실을 이용한 음주 후 수면 실험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8~40세의 건강한 남녀 4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대기압(1013hPa) 수면실과 2438m 순항 고도(753hPa) 수면실에 배치한 다음 맥주·와인·보드카 등을 마신 사람과 마시지 않은 사람의 수면 주기, 산소포화도, 심박수 등을 측정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실험 결과 순항 고도에서 술을 마시고 잔 사람들은 수면 중 평균 산소포화도가 85% 내외로 떨어지고 심박수는 분당 평균 88회 정도로 증가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들의 산소포화도는 평균 88% 이상이었고 심박수는 73회 미만 이었다.

 

대기압 조건에서 술을 마시고 잔 그룹은 산소포화도가 95%, 심박수는 분당 77회 미만 이었고, 술을 마시지 않은 그룹은 산소포화도 96%, 심박수 64회 미만 이었다.

 

산소포화도가 건강 기준인 90% 이하를 기록한 시간은 순항 고도에서 술을 마시고 잔 경우 201분 이었고 술을 마시지 않은 경우는 173분 이었다.

 

대기압 조건에서는 음주 여부와 관계 없이 90%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연구팀은 고도가 상승하면 기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건강한 사람도 산소포화도가 낮아질 수 있다며 산소포화도가 90% 아래로 떨어지면 저기압성 저산소증(hypobaric hypoxia)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는 표본이 작고 참가자가 젊고 건강하며 일등석 처럼 누운 자세로 잠을 잤기 때문에 일반화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알코올 섭취와 저산소 상태에서 수면이 결합하면 심장 시스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교통부가 최근 3년간 비행기 탑승객 요청에 의해 이륙 전에 비행기에서 하기(下機)한 사례 중 약 55%가 공황장애나 심장이상 같은 건강상 이유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미국 항공기 승객이나 승무원이 비행 중 사망하는 사고의 86%가 심장마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상에서 10km 이상 날아올라 비행기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여행을 하게 되면 개인에 따라 우리의 신체 컨디션은 다양한 변화를 겪게 되기 때문이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