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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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예스재팬’과 활력 잃은 韓 지방공항

엔저에 日 소도시 북적… 韓도 관광객 유치 팔 걷어야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마쓰야마, 히로시마, 다카마쓰, 시즈오카, 오이타, 미야코지마, 요나고….

한국에서 언제든 비행기를 타고 직항으로 갈 수 있는 크고 작은 일본 도시들이다. 이용객도 어마어마하다.

백소용 산업부 차장

영국 항공 운항 정보업체 OAG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용된 국제선 톱10 중에서 인천∼오사카, 인천∼도쿄 노선이 각각 4, 5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현재 한국인의 1위 여행국은 일본이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체 국제선 여객 수(2850만명) 중 일본 노선 여행객은 813만명(28.5%)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760만명)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2019년 일본의 무역 보복으로 반일 감정이 격화되면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날 때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다. ‘노재팬’이 격한 ‘예스재팬’으로 바뀐 셈이다.

일본 여행 수요 증가는 1990년 이후 엔화 환율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영향이 가장 크다. 원래 가까웠는데 저렴해지기까지 했다. 3년 가까이 억눌린 해외여행 갈증을 해소하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조건이 있을까. 여기에 새로운 노선이 꾸준히 공급되며 일본 여행 수요에 불을 지폈다. 일본의 지방 소도시와 연결되는 노선 상당수는 일본 여행 붐이 일기 시작한 지난해와 올해 사이에 신설됐다. 이름도 생소한 타국 소도시에 많이 가겠느냐 싶지만 일본 ‘N회차 여행’이 대세가 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노선은 저비용항공사(LCC)의 최대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한 항공사만 취항해야 겨우 이익이 날까 말까 하는 일본 소규모 지방공항에서조차 두 항공사가 경쟁할 정도다.

직항 노선을 통해 일본 구석구석을 찾는 한국 관광객에 힘입어 일본 지방공항도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1∼4월 국제선 이용객이 ‘0’이었던 오이타 공항은 1년 뒤인 현재 4만명 가까이 늘었고, 같은 기간 시즈오카 공항은 4배 이상 증가했다. 찾는 사람이 없어 ‘활주로에서 고추 말리는 공항’, ‘유령 공항’이라는 오명까지 얻은 우리나라의 지방공항 모습과 대조적이다. 1~4월 인천공항을 제외한 전국 공항의 여객 수는 1년 전에 비해 6% 늘었지만 여행객이 몰린 공항은 김포·제주·청주·김해·대구공항 정도다. 광주·울산·원주·양양공항 등은 오히려 줄었다. 지방공항 사이에서도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지방공항은 적정한 왕복 수요보다는 지자체와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공항을 만드는 것까지는 적극적이었지만 막상 활용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합심해 노선을 개발하고, 외국인의 국내여행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필요가 있다. 한 LCC 관계자는 “여행객을 더 끌어오기 위해 일본 각지에서 지자체 관계자들이 총출동해 우리나라에서 업계 대상 관광 설명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며 “우리도 이 정도는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마침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도 연일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에 N차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한국의 LCC들이 일본 노선을 확대한 덕분에 해외여행에서 소외됐던 일본 비도심지에서도 한국에 오기 쉬워졌고, 실제로 예전보다 많이 오고 있다. 오사카가 ‘일본의 식탁’이라고 불리며 미식의 도시로 자리매김한 것처럼, 이 기회에 전남 무안은 ‘한국의 식탁’, 강원 양양은 ‘서핑의 도시’로 브랜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백소용 산업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