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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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초등생은 교감, 학부모는 담임 폭행… 교권 보호 시급하다

전북 전주의 초등학교에서 엊그제 3학년 학생이 무단 조퇴를 막으려던 교감의 뺨을 때린 사건이 발생했다. 연락을 받고 학교에 온 학생 어머니는 되레 담임교사를 폭행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앞서 여러 차례 “교권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했던 교육 당국은 그동안 대체 무엇을 한 것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해당 학생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학교를 이탈하려다가 교감한테 제지를 당했다. 그러자 교감을 폭행하고 “감옥에나 가라” 등 폭언과 낯뜨거운 욕설도 퍼부었다. 심지어 팔뚝을 물고 얼굴에 침을 뱉기까지 했다고 하니 어린이의 행동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더 심각한 것은 그다음 벌어진 상황이다. 학생이 떠난 뒤 연락을 받고 학교를 찾은 그 어머니는 사죄하기는커녕 담임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교권이 무너졌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지만,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는 이가 많을 듯하다. 학교 측은 해당 학생에게 10일간 출석 정지 조처를 내렸다고 하는데, 더욱 엄정히 대처할 필요성이 있다. 일각에서 학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의혹을 제기한 만큼 철저한 조사와 더불어 그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 추궁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문제의 학생은 오래전부터 교실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같은 반 친구들을 괴롭혀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는 민원이 속출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학교와 교육청은 학부모에게 ‘가정 지도’를 요청하는 데 그쳤고 이마저도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 학교와 교육청의 미온적 대응 탓에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사안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된 셈 아닌가.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젊은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지난해 7월의 일이다. 당시 교육 당국은 교사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교권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채 1년도 안 지나 이런 일이 벌어졌다. 당국이 교권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만들어 내놓기를 거듭 촉구한다.

전북은 전국에서 학생 인권조례를 시행 중인 몇 안 되는 지자체 중 하나다. 물론 이번 사건을 인권조례와 바로 연관 지을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해당 조례가 학생 인권 보호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교사들의 수업권 등 교권은 등한시돼왔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교육 당국은 학생의 권리는 물론 책임도 명확히 하고 교권 또한 더욱 두껍게 보호할 방안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