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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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토종 에이스’ 고영표, 퓨처스 등판 3이닝 무실점 호투…이강철 감독 “한 번 더 던지고 1군 올라올 것”

“네, 던지셨답니다.”

 

프로야구 KT와 한화의 2024 KBO리그 맞대결이 펼쳐진 5일 수원 KT위즈파크.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만난 이강철 KT 감독에게 고영표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고영표는 지난 4월5일 팔꿈치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회복에 전념했고, 이날 전북 익산구장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KIA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3이닝 동안 37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시속 137㎞까지 찍힌 투심 패스트볼(20개)을 비롯해 커브(8개), 슬라이더(1개), 체인지업(8개) 등 모든 구종을 골고루 점검하며 몸 상태가 회복됐음을 알렸다. 고영표는 구단을 통해 “모든 구종을 공격적으로 던지며 몸 상태를 살폈는데, 통증을 느끼지 않아 만족스럽다”며 “남은 일정을 잘 소화한 뒤 건강하게 (1군으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고영표는 지난 겨울 KT와 계약기간 5년 총액 107억원의 다년 계약을 맺었다. KT 구단 역사상 첫 비FA 다년계약이었다. 거액의 계약을 맺은 만큼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팔꿈치 통증 때문에 올 시즌엔 단 2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 8.10으로 부진했다. ‘

 

몸값 높은 ‘귀하신 몸’ 고영표에 대해 물으니 이 감독 특유의 농담 섞인 극존대가 나온 것이다. 이 감독은 “퓨처스리그에서 한 번 정도 더 던지고 1군에 올라올 것”이라면서 “안 좋고 그러면 그냥 다시 내려보내지. 뭐”라고 말했다.

 

이 감독의 KT는 지난 시즌 초반에도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5월말까지만 해도 최하위권에 머물렀지만, 6월부터 대반격을 시작해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뒤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때 한창 순위를 높여갈 때쯤 이 감독이 자주 꺼냈던 단어가 ‘회복탄력성’이다.

 

올 시즌도 4일 기준 26승1무32패로 7위에 머물며 지난 시즌과 비슷한 양상인 가운데, 올 시즌에도 지난 시즌과 같은 회복탄력성이 발휘될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었다. 이 감독은 “우리 팀만 놓고 보면 차고 올라갈 힘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작년과는 조금 다른 게 다른 팀들이 작년 같지는 않은 것 같다. 만만한 팀이 하나도 없다. 한번 차고 올라가면 5위권까지 갔다가도 살짝 삐끗해도 바로 확 떨어지는 상황이다. 작년만큼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어 “각 팀마다 부상이 변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발 한 두명씩 떨어져나가면 그게 좀 클 것 같다. 지난 시즌엔 우리가 잘 한 것도 있지만, 다른 팀들이 부진했던 것도 한 몫했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곧 다가올 장마에서 하늘이 어느 팀에 더 웃어주는 지도 순위싸움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그는 “장기 레이스를 하다보면 운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상대 에이스들을 줄줄이 만날 일정이었다가 비가 와서 우천 취소되는 바람에 상대 에이스를 피해가기도 하고, 오히려 비 때문에 상대 4,5선발을 만나는 일정이었다가 에이스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라면서 “상대 팀들도 우리를 만날 때 쿠에바스나 벤자민, 고영표를 만나느냐 혹은 다른 선발 투수를 만나느냐를 보고 있을 것이다. 특히 벤자민도 우리가 데리고 있어서 그렇지 다른 팀들은 쉽게 보지 않더라. 장마 때 비가 어디에 내려 어디 경기가 취소되고, 어디 경기가 진행되는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