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입니다. 이를 활용하면 무궁무진한 해상풍력발전이 가능해집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 세계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에너지 전쟁’에 나서고 있다. 또한 기후위기가 닥쳐오면서 신재생 에너지 확대에 대한 국제사회 요구가 강해지는 추세다.
성진기(57) 한국풍력산업협회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세계일보와 만나 이런 기류 속에서 한국의 해상풍력발전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성 부회장은 1991년 한국에너지공단(KEA)에 입사한 뒤 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분야 업무를 담당했다. 이어 2009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으로 옮겨 신재생에너지개발실장, 해상풍력추진단장, 에너지종합실증센터 정책연구위원 등을 거친 신재생에너지 분야 국내 대표 전문가로 꼽힌다.
성 부회장은 “우리는 반드시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가 그에 대한 답”이라며 “한국처럼 바다가 많은 국가는 풍력발전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 부회장은 한국의 해상풍력발전 총량이 100기가와트(GW) 규모로 성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늘날 국내에 운영 중인 육상과 해상풍력발전 전체 누적 설치량은 약 2GW 수준이다.
그는 “규모로 해상풍력을 조성하려면 적어도 500조원 이상의 예산이 들겠지만 동시에 조선, 항만, 중공업 등 우리나라의 장점인 해양플랜트 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다”며 “나아가 대규모로 풍력발전이 가능한 인공섬을 반도체 클러스터처럼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지역 인근에 조성해 바로 연결하면 전력 공급과 함께 비용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 부회장은 “영국은 2050년까지 해상풍력발전의 규모를 95GW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과 비슷한 반도체 제조업 국가인 대만 역시 21GW 규모로 해상풍력발전 설비를 구축하고 있는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재 수입해서 수출하는 나라로서 에너지 안보가 매우 중요한데 RE100(재생에너지 100%) 협의체에 가입한 삼성, SK 등 국내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대규모의 재생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으면 나중에 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이를 공급할 방법은 해상풍력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성 부회장은 “한국은 해상풍력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핵심 기술인 터빈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밀리는 상황”이라며 “국내는 1~8메가와트(㎿) 규모의 풍력 터빈을 생산하는 데 비해, 선진국은 13~15㎿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술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부유식 해상풍력’을 이야기했다. 초기 단계인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력을 확보해 한국이 글로벌 풍력발전 시장의 판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성 부회장은 “부유식 해상풍력의 장점은 바람이 강한 먼바다에서 발전할 수 있다는 것과, 어업활동이나 항로에 방해가 되지 않는 것 등이다”며 “또한 배를 건조하는 것처럼 조선소에서 부유체를 건조해 먼바다로 끌고 가 닻을 내리면 설치가 끝난다. 토목작업도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성 부회장은 새로 개원한 제22대 국회가 풍력발전 생태계 확산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21대 국회에서 풍력발전보급촉진법이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 부회장은 “해상풍력은 항만 사용이나 안보 등의 이유로 중앙부처의 입장이 모두 다르고, 지방자치단체 간 이해관계도 달라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중앙정부, 광역자치단체, 기초단체를 아우르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내용이 법안에 담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