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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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탄 선박 침몰 추정… 90명 사망설

접경지역 국경선 설치 사업 동원
남북관계 단절 조치 무리한 추진
남북연결 동해선 철로 철거 정황도
국정원 “사실 염두 두고 동향 주시”

북한이 남북관계 단절 조치에 한창인 가운데, 무리하게 병력을 동원하다가 군인 약 90명이 사망한 참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돼 정부가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지난달 초 북한 강원도 접경지역으로 향하던 북한 선박이 과적 탓에 강에서 침몰했으며, 배에 타고 있던 군인 약 130명 중 약 90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설이 확산했다. 이 북한 군인들은 남북 접경지역에 ‘국경선’ 설치, 강화 사업에 동원된 군인들이었다는 요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5일 “사실일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때 대남정책 노선 전환을 선언하면서 “접경지역의 모든 북남 연계 조건들을 철저히 분리하기 위한 단계별 조치들을 엄격히 실시해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북한 내 남한 접경지역에선 군을 동원한 강력 조치들이 진행돼 왔다. 남북 공동 지뢰제거 및 유해발굴을 하며 평화의 상징이 됐던 화살머리고지에 지뢰를 다시 매설하거나 개성공단으로 연결되는 경의선의 육로 가로등을 철거하는 정황 등이 지속 포착됐다.

 

이날 추가로 또 다른 남북 연결 철로인 동해선에 침목을 제거하는 등 철거작업 중인 동향도 파악됐다. 동해선은 경의선과 함께 남북을 연결하기 위해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에서 건설키로 한 것으로, 금강산으로 이어지던 철도다. 통일부 당국자는 “동해선 철거 정황이 있어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에선 군을 동원한 각종 사업이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북한판 뉴타운 사업이라고도 불리는 평양 살림집 건설 사업과 농촌 살림집 건설 사업 등 대규모 주택 건설 사업에 군이 동원되고 있다. 여기에 해마다 해당 연도 식량난 타개 성패가 달려 있는 영농기 농촌에 군인들이 “사활적 목표”를 부여받고 동원되고 있다.

사진=국가정보원 제공

이런 가운데 올해 시작된 소위 ‘국경’ 강화 사업 조치들까지 군에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달 하순에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까지 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전원회의에서 상반기 실적 달성을 무사히 보고하기 위해서라도 현실적인 여건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군 장병들을 동원했을 개연성이 있다.

 

군심 이반에 북한 지도부가 각별히 신경 쓰고 있는 정황도 파악된다. 한 대북소식통은 “군대 내 상급자의 폭행사건이 있어 일선 부대들에 어린 장병들의 가슴에 멍이 들지 않도록 하라는 당 상부의 지시도 내려간 바 있다“고 말했다.

 

북한군 내 사고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김 위원장이 공수부대 격인 항공육전병부대 현지지도를 했을 때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다수가 부상을 입거나 사망했으며 우리 정보 당국이 이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당시 국정원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한 바 있다. 국정원 측은 북한군은 평소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