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0번째) 시즌은 62명 배우와 22명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역대급 규모에다 독립운동을 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했습니다.”
첫선을 보인 지 15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한 창작뮤지컬 ‘영웅’의 윤홍선 프로듀서의 얘기다. 제작진과 창작진, 출연진 모두가 ‘영웅’ 15주년 기념공연을 얼마나 뜻깊게 생각하고 많은 정성을 기울였는지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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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세종문회화관 대극장에서 주요 장면 시연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 프로듀서는 “뮤지컬 ‘영웅’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쳐지지 않을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라며 “(15주년을 맞아) 더 깊이감 있는 ‘영웅’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초연부터 안중근 역으로 이번 시즌까지 8시즌을 함께하고 뮤지컬 영화로 제작된 ‘영웅’에서도 주인공을 맡아 ‘안중근 그 자체’란 평가를 받는 정성화의 감회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만듦새가 좋지 않은 공연은 15년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거기(뮤지컬 ‘영웅’)에 승선해 같이 순항할 수 있었던 건 배우로서 영광”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2009년 초연 때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누가 죄인인가’라는 노래가 끝나고서 관객들의 함성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정말 난생 처음 들어보는 소리여서 머리가 멍했습니다. 이 작품을 하고 있다는 실감이 나지 않을 만큼 굉장히 얼떨떨했어요”
‘영웅’은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생애 마지막 1년을 그린 뮤지컬이다. 안 의사가 독립운동 결의를 다지며 동지들과 단지동맹을 맺은 1909년 2월부터 그해 10월 중국 하얼빈역에서 우리 민족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이듬해 뤼순 감옥 교수대에 올라 순국하기까지다. 안 의사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2009년 10월 26일 초연된 후 지난해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대극장 창작뮤지컬 중 ‘명성황후’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일제의 무도함에 맞선 독립을 향한 열망과 숭고한 희생, 안 의사의 동양평화사상 등을 다룬 감동적인 이야기와 ‘장부가’, ‘단지동맹’, ‘누가 죄인인가’,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등 주옥 같은 노래(넘버)들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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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배우 박정자가 안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 역으로 처음 합류한 것도 이번 공연의 무게감을 더한다. 박정자는 “15년 동안 ‘영웅’을, 조마리아 역을 기다렸다”며 “조마리아라는 어머니가 있어 안중근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가) 100%, 200% 모든 에너지를 쏟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정말 (뮤지컬 ‘영웅’에) 올인”이라며 “관객분들에게도 그 감동이 전해지리라 믿는다”고 했다.
정성화는 “박정자 선생님과 한 무대에 설 수 있어서 영광이고 설레기도 한다”며 “첫 연습 때가 기억나는데, 선생님의 ‘도마야’ 한 마디에 그동안 조마리아 여사가 안중근 의사를 어떻게 대하고 사랑스럽게 키웠는지가 느껴져 전율이 흘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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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사의 신념과 인품에 감명받아 그를 평생 기린 일본인 교도관 치바 역은 실제 일본 배우 노지마 나오토가 맡았다. 영화 ‘영웅’에서도 같은 역으로 출연했던 나오토는 “진심을 담아 무대에 오르려고 안 의사와 한국 역사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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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화 외에 양준모와 민우혁이 안중근을 연기하고, 이토 히로부미 역은 김도형·서영주·이정열·최민철이 맡는다. 명성황후의 마지막 궁녀이자 뜨거운 조국애를 가진 가상 인물 설희 역에는 유리아와 정재은, 걸그룹 EXID의 솔지가 출연한다. 8월 11일까지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