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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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vs ‘합의 우선’…법사위·운영위장 놓고 여야 평행선 [헌정사상 첫 野 단독 개원]

21대 이어 22대도 ‘반쪽 출발’

巨野 “법대로”… 상임위 독식 주장
법사위 가져야 특검법 등 신속처리
운영위는 대통령실 견제 가능해
與 “법사위 2당·운영위 여당 관례”
황우여 “野 독주땐 수백건 거부권”
우원식 “민생 절박… 7일까지 합의”

‘임시 의장’ 추미애 단독 개의 강행
與 ‘국회독재방지법’ 발의로 맞불

여야 원 구성 합의가 불발되면서 22대 국회는 4년 전처럼 ‘반쪽’으로 개원했다. 법제사법위원장, 운영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안 보여 22대 국회는 당분간 파행 운영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與 없는 회동 우원식 신임 국회의장(왼쪽)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를 마치고 우 의장과 회동할 예정이었지만, 야당 단독 강행 처리에 반발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뉴스1

◆법사위·운영위長 놓고 여야 평행선

5일 국회에서 열린 22대 첫 본회의는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 등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여당 의원들은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가 열린 점에 항의하며 회의에 불참한 채 본청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지난달부터 이어온 원 구성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핵심 이유는 양당이 법사위·운영위원장 자리를 서로 자당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법률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진 법사위는 법안의 ‘최종 관문’으로 통한다. 법사위원장이 회의를 열지 않는 방식으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상임위다.

민주당은 법사위·운영위원장 자리를 모두 가져가는 것이 ‘정권 심판론으로 171석을 몰아준 총선 민의’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을 제1당에서 배출한다면 ‘법사위는 제2당, 운영위는 여당’이 맡는 관례를 지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본회의에 앞서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는 막판 원 구성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막판에 몰리면 좀 더 오가는 게 있고 시험에 임박한 학생처럼 동력도 생기지 않나”라며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양당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우원식 신임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 직후 상견례 겸 원 구성 협상 중재차 양당 원내대표를 초청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본회의 단독 개최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불참했다. 우 의장은 “국회법에 따르면 7일 자정까지 (상임위원 선임 요청을) 하게 돼 있더라”며 “어느 때보다도 민생이 절박한 시기이기 때문에 정말 밤을 새워서라도 여야가 합의하는 절차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했다.

◆‘법대로’ 대 ‘합의 우선’… 4년 전 판박이 예상

22대 국회 초반 양상은 21대 때와 비슷하다. 그때도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기 싸움 끝에 첫 본회의가 반쪽으로 열렸다.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의 주호영 원내대표가 의사진행발언으로 민주당을 규탄한 뒤 의장단 선출 직전 소속 의원들과 함께 퇴장해 버린 것이다. 통합당은 민주당의 독단적 의사일정 운영에 협조할 수 없다며 자당 몫 국회부의장 선출까지 미뤄가며 버텼다. 원 구성 합의가 끝내 불발되자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했다.

21대 국회는 이듬해 7월 법사위원장을 여야가 2년씩 나눠 맡기로 합의하면서 정상화했다. 개원 1년1개월여 만이었다. 이번에도 민주당이 ‘법대로’를 외치고 있는 만큼 21대 때의 모습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도 여당도 ‘법대로’ 좋아하지 않느냐”며 “(국회법대로) 7일까지 상임위 구성을 마치고 즉각적으로 상임위, 본회의를 열어 민생 현안부터 개혁 입법까지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관련 국회법이 여야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추 원내대표는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회법 조항은 여야 협의로 의사일정에 합의를 해 회의를 개최하라는 조항”이라며 “거대 야당의 힘자랑으로 막무가내로 국회를 끌고 가는 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준 45.1%의 민심을 존중하지 않고 조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1대와 달라진 것은 ‘거부권’

민주당이 예고한 대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간다면 21대 국회 전반기에 이른바 ‘검수완박법’과 ‘임대차 3법’을 강행했던 것처럼 채 상병 특검법, 민생회복지원금을 위한 특별조치법 등을 속전속결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4년 전과 달리 지금은 민주당이 야당이다. 21대 후반기처럼 야당 단독 처리 법안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막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야당이 법사위를 갖고 계속 입법을 강행해 입법독재가 진행된다면 어쩔 수 없다”며 “수백 건의 거부권이 행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22대 국회 첫 본회의에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5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가 열린 점에 항의하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野만의 본회의… 피켓 든 與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시작부터 파행했다. 한쪽은 본회의장 안에서, 다른 쪽은 본회의장 밖에서 대치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첫 본회의 의사봉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잡았다. 본회의장 안에서는 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이학영 의원이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됐다. 본회의장 밖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규탄대회를 벌였고, ‘국회 독재 방지법’ 발의로 맞섰다. 22대 국회 역시 ‘입법 독주’와 ‘거부권 정치’의 대결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추 의원은 ‘출석의원 중 최다선 의원이, 최다선 의원이 2명 이상인 경우 그중 연장자가 의장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된 국회법에 의해 첫 본회의 의사진행을 맡았다. 추 의원은 “현재 대한민국은 민생 평가 민주주의 3대 위기를 한꺼번에 겪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출생 고령화 기후위기 등 여러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선출되는 의장단과 동료 의원 여러분이 하나가 되어 22대 국회를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 개혁국회로 만들어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본회의를 시작했다.

 

5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제22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렸다. 본회의 진행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독주로 열리는 본회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 중 유일하게 참석해 의사진행 발언을 했다. 추 원내대표는 “지금 본회의가 열렸다고 하지만 여야 간 의사일정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본회의는 성립할 수 없고, 적법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본회의를 열 권한은 의장에게 있다”며 “임시의장이 선출되어 집회가 열리고 있지만 임시의장은 여야 합의도 없는 상황에서 본회의 소집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추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거대 야당은 총선의 민의를 따라야 한다며 일방독주를 강행하지만 그것은 총선 민의를 오독하는 것에 불과하다. 총선 민심은 협치의 복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독선과 독주, 독단을 해왔던 윤석열 정권이었기 때문에 국민이 심판했던 것”이라며 “민생 회복이라든가 국정전환 기조라든가 검찰정권에 대한 견제 기능으로 국회가 일을 해야 된다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반박했다.

 

본회의장 문 바로 앞에서는 국민의힘의 규탄대회가 진행됐다. 본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국민의힘 의원들은 “합의 없이 의회 없다 의회 독주 중단해라, 이재명 방탄 민생 방치 입법 폭주 포기하라”는 구호를 지속했다. 이와 함께 김희정 의원은 이날 법제사법위원장은 원내 2당이,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맡도록 명문화하는 ‘국회 독재 방지법’(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여당을 압박했다.


유태영·김병관 기자, 최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