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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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김호중 보듬어달라” 팬 청원에…KBS 답변 보니

“재판 결과 따라 규제 강화하거나 해제할 수도”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KBS가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된 가수 김호중의 한시적 출연 정지를 해제해달라는 팬 청원에 추후 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BS 측은 5일 시청자 청원 게시판 답변을 통해 “(한시적 출연 규제는) 법적 판단이 나오기 전의 조치”라며 “규제 수준은 추후 재판 결과에 따라 재심의를 거쳐 강화하거나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티스트와 그의 재능을 아끼고 사회적 관용을 호소하신 시청자님의 청원 취지를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김호중은 음주 뺑소니 혐의로 이미 지난달 24일 구속됐고 당사자도 음주 운전을 인정하고 있는 점, 인기 연예인으로서 사회적·대중적 관심과 우려가 집중된 상황에서 그의 위법한 행위는 특히 어린이·청소년의 건전한 인격 형성 및 정서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저희 KBS는 일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KBS는 사회적 영향력이 큰 연예인이 음주운전이나 성폭력, 마약 등 위법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 방송출연규제심사위를 열어 사안의 경중, 법적 처벌 수위에 따라 방송 출연 규제를 정하고 있다. 앞서 KBS는 지난달 29일 김씨에 대한 한시적 방송 출연 정지를 결정하면서 “이는 법적 판단이 나오기 전의 한시적 조치로, 추후 재판 결과에 따라 재심의를 통해 규제 수준은 강화되거나 해제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날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이날 답변에선 재판 결과에 따른 ‘해제’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는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김씨의 팬으로 추정되는 작성자가 지난달 26일 쓴 ‘100억 기부 나눔의 선한 영향력 김호중 아티스트’라는 제목의 글에 대한 답변이다. KBS는 1000개가 넘는 동의를 받은 글에 답변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글은 지난 3일까지 1400건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김호중의 천재적인 재능을 아깝게 여겨 그가 자숙하며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며 “법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사회는 한 번은 보듬고 안아줘야 하는 관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호중은 어렸을 때 불안한 가정 환경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성인이 돼서도 그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줄 수 있는 진정한 어른이 없었다”며 “김호중의 팬들이 지금까지 4년 동안 약 100억원 가까이를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할 수 있었던 것은 김호중이 가진 이름의 선한 영향력 덕분이다. 지금까지 아티스트로서 사회를 향해 선한 기부를 한 일을 정상 참작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씨의 팬들이 기부했다고 주장한 100억원 중 4분의 3에 해당하는 75억원어치가 김씨의 앨범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에 불을 붙였다.

 

한편 김씨는 지난달 9일 오후 11시4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 송치된 김씨는 현재 서울 구치소 독방에 수감돼 조사를 받고 있다.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받는 소속사 대표와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소속사 본부장도 구속됐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