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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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묵이 베츠’ 황영묵 “별명 과분하지만 너무 맘에 들어...응원가 있는 선수가 되겠다는 계획은 이뤘다”

프로야구 한화 내야수 황영묵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안양 충훈고를 졸업하고 2018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했지만, 작은 체구로 인해 지명을 받지 못하고 중앙대로 진학했다. 그러나 1학년 도중 중퇴하고 독립리그에 입단한 뒤 군 복무도 마쳤다. 제대 후 독립리그 선수 생활을 하던 황영묵은 jTBC 야구 예능 ‘최강 야구’ 멤버가 됐고,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 다시 참가해 한화의 4라운드 전체 31순위 지명을 받아 프로 선수가 됐다.

 

개막 엔트리에 들었지만, 경기 출장 없이 말소됐던 황영묵은 4월초부터 대수비 요원으로 출장하다 지난 4월16일 프로 데뷔 후 첫 선발 출장을 했다. 이후 쏠쏠한 타격 능력과 내야 어디든 소화할 수 있는 수비능력을 통해 한화 내야진의 활력소로 자리매김했다.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원정 경기에서 황영묵은 당초엔 벤치에서 시작할 예정이었다. 지난달 31일 삼성전에서 수비 도중 펜스에 충돌한 페라자가 라인업에 복귀하면서 안치홍이 2루수로 선발 출장할 예정이었지만, 페라자가 아직 통증이 남아있어 복귀전을 미루게 됐다. 안치홍이 지명타자로 나서게 되면서 황영묵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1번타자 2루수로 나서게 됐다.

김경문 감독은 데뷔 후 처음 1번 타자로 나서는 황영묵에게 “할 수 있다. 잘 부탁한다”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김 감독의 독려 속에 황영묵은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6타수 4안타 4타점 2득점 1도루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2루타와 3루타 1개씩을 기록하며 장타력도 뽐냈다. 황영묵의 활약 속에 KT에 12-2 대승을 거둔 한화는 26승1무32패로 KT(26승1무33패)를 따돌리고 7위로 도약했다.

 

경기 뒤 만난 황영묵은 “저는 한 경기 한 경기 나가서 모든 걸 보여드리고 노력해야 되는 상황이다. 새로운 타순에 들어가게 됐고, 최근 2루수로 많이 나가고 있는데 최대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려고 노력한 게 잘 먹힌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경기 전 갑작스럽게 선발 출장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 생각했다. 무조건 잡아야겠다, 모든 걸 보여드려야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라고 덧붙였다.

황영묵은 입단 당시 목표로 ‘응원가가 있는 선수’를 꼽기도 했다. 황영묵은 이에 대해 “그건 목표라기 보다 계획이었다. 응원가가 있는 선수라는 것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1군 주축 선수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나. 현실적으로 1군 주전 선수라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는 게 응원가 존재 유무여서 그 얘길 했던 것 같다. 응원가를 들으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 부여가 된다”고 설명했다.

 

한화 팬들은 황영묵을 ‘묵이 베츠’라고 부은다. 미국 메이저리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무키 베츠가 올 시즌 유격수로 포지션을 전향하면서 유격수도 소화가능한 황영묵의 이름을 무키 베츠와 섞어부르는 애칭이다. 황영묵 역시 ‘묵이 베츠’라는 별명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당연히 마음에 든다. 과분하다. 팬분들이 정해주신 별명이라 그에 걸맞는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나처럼 체구가 작은 선수들에겐 베츠는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다. 베츠같은 선수가 되고싶다고 생각을 한 적도 많다”고 답했다.

황영묵은 2루수, 3루수, 유격수까지 내야 전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수 있다. 응원가를 가진 선수가 된 황영묵의 다음 계획은 팀에서 입지를 더 키우는 것이다. 사령탑으로 새로 부임한 김경문 감독을 향해 황영묵은 “오늘 경기가 다가 아니고 꾸준히 잘 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어필하고 싶다. 팀에서 필요한 적재적소에 제가 떠오를 수 있게,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자신을 드러냈다.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