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노광우의시네마트랩] 시대따라 변하는 ‘한국영화 100선’

지난주에 한국영상자료원은 ‘한국 영화 100선’ 목록을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미국영화협회 AFI도 이와 비슷한 작품 목록을 발표한다. 그래서 이런 목록은 영화 문화가 발전된 나라의 자국 영화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주고 그 나라 영화를 알려면 반드시 봐야 할 작품 지침서 역할을 한다.

현재 이름만 전할 뿐 필름이 남아 있지 않는 작품은 제외하고 상영할 수 있는 작품 중 가장 오래된 ‘청춘의 십자로’(1934)부터 2022년에 나온 작품들을 대상으로 2023년에 영화 보는 사람(영화연구자, 기자, 평론가) 171인과 영화 만드는 사람(영화계 종사자) 69인 등, 총 240인이 뽑은 10편을 모아서 1년 동안 집계하고 정리해서 발표했다. 그리고 영화 보는 사람의 100편과 만드는 사람의 100편을 별도로 분류했고, 개인이 뽑은 10편과 그 이유, 그리고 10편 이외에 특별히 고려하거나 언급한 작품들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보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의 성향 차이는 물론 선정한 개인들의 성향 차이도 알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이미 2006년과 2014년에도 한국 영화 대표작 100편을 선정해서 발표했다. 2006년에 선정한 100편에는 주로 1996년 이전 작품들이 많이 들어갔고, 특히 그 당시까지 알려진 1970년대 이전의 고전 영화들이 많이 순위에 올랐다. 그런데 2014년부터는 2000년대 작품 16편이 순위에 진입했고, 이번에 나온 목록에는 2000년대 작품이 24편, 2010년대 14편, 2020년대 1편 등, 21세기의 작품들이 39편 포함되었다. 이는 21세기에 뛰어난 작품이 나와서 많은 이들이 보았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한국 고전영화를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는 실정도 작용한다.

이에 비해 1940년대부터 1960년대에 만들어진 작품들이 2014년 목록에서는 34편을 차지했지만 2024년 목록에서는 16편으로 감소했다. 1960년대 이전 작품은 보는 사람의 100편에는 19편, 만드는 사람의 100편에는 13편이 포함되었다. 1970년대 작품은 보는 사람이 9편, 만드는 사람이 3편을 뽑았다. 이는 상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한국 고전영화를 볼 기회가 더 많았기에 다른 작품을 더 많이 추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작품은 보는 사람이 17편, 만드는 사람이 15편을 뽑았다. 편수로는 보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 이는 선정한 사람의 연령대를 보면 어느 세대가 가장 많이 포함되었는지를 짐작할 수도 있다.

현재는 ‘하녀’와 ‘살인의 추억’이 1, 2위를 다투고 있다. 아마 다음 한국 영화 100선은 10년 뒤에 나올 것이다. 앞으로 다른 세대의 선정위원이 등장하고, 다른 세대의 영화가 나오고, 아울러 한국 고전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면 ‘한국 영화 100선’은 무척 다르게 나올 수도 있다.

노광우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