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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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달 감독’의 화수분야구

드디어 달이 떴다. 백주에 무슨 소리냐고 할 수 있겠다. 야구 이야기다.

 

한화 이글스의 14번째 감독으로 등장한 김경문 감독의 별명은 ‘달 감독’이다. 야구 담당 기자들 사이에선 이름 끝 자의 문(MOON)을 쉽게 표현해 ‘달 감독’으로 편하게 칭한다. 올해 만 66세인 김 감독(1958년생)은 이제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농구, 배구를 통틀어 최고령으로 등록됐다.

 

김경문식 야구는 뭔가 남다른 면이 있다. 좀 더 설명하자면 유망주든 무명이든 어린 선수를 일찌감치 발탁, 프로에서 오래 빛나도록 만드는 능력이다. 그가 두산, NC에서 지휘봉을 잡았을 때 신인을 한국 최고의 스타로 키워낸 인물을 보자. 김현수(현 LG), 양의지, 김재호, 허경민, 정수빈(이상 두산), 나성범(KIA), 박민우(NC)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달 감독이 ‘될성부른 떡잎’으로 지목하고 기용하면 스타가 됐다. 두산 베어스의 야구를 ‘화수분야구’라고 하는 이유도 그가 두산 사령탑을 맡았던 시절 끊임없이 유망주가 발굴되는 데서 비롯됐다.

 

NC다이노스 창단 당시부터 김 감독과 무려 7시즌 동안 호흡을 맞춘 이태일 전 대표는 “감독님은 말보다 행동이다.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기회를 주며 기다린다. 선수들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스스로 깨닫게 하고 열심히 노력하게 한다. 선수들은 감독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의 야구계 복귀가 반갑고도 기쁜 마음에 5일 전화 통화를 해봤다. 달 감독은 “지난 6년간 하도 많이 달라져 있어 어색했다”고 하면서 “계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선수들을 다 파악하지 못했지만 잠재력이 있는 선수가 눈에 뜨인다”고 했다.

 

흔히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경기’라고 한다. 그러나 그 선수들을 조련하고 발굴해 내어 혼연일체가 되도록 하는 지휘자가 바로 감독이다. 다른 스포츠에서는 ‘헤드 코치’라고 부르는 최고 지도자를 야구에서는 매니저라고 하는 이유다. 통화 말미에 “팀 순위가 하위권이라 선수들을 과감히 쓰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지만 나는 그 반대라고 본다. 김 감독의 과거에서 반추해 볼 때 선수 기용은 파격적으로 할 것이다.

 

내 예상대로 김 감독은 4일 치른 한화에서의 첫 경기에서 5년 차 중고 신인 유로결(24)을 불러냈다. 1번 타자에 포지션은 중견수. 2019년 한화 입단 당시 대형 타자가 될 것으로 주목받았던 유료결은 이날 1안타 1볼넷으로 출루하면서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팬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유로결은 1m86, 86kg의 듬직한 체격에 빠른 발을 갖춘 선수다. 부상으로 2군에 있던 하주석도 함께 엔트리에 올렸다.

 

한화는 그동안 10년 가까이 하위권에 머물렀던 탓에 문동주, 황준서 등 고교시절 최고의 유망주로 각광받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거기에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베테랑 류현진까지, 가동할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달 감독의 복귀전을 취재하기 위해 4일에는 많은 야구기자들이 수원구장으로 향했다. 한 고참 야구기자는 페이스북에 “이 분위기는 마치 포스트시즌을 취재하는 것 같다”고 했다.

 

두산, NC, 그리고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이어졌던 달 감독의 매직은 과연 한화에서도 계속될까?


성백유 언론중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