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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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생츄어리,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 ‘생츄어리’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간이 뿌린 농약, 무심코 걸어놓은 줄에 새들은 다치고 죽는다. 다른 생명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농수로에 고라니는 빠져 굶어 죽는다. 인간이 놓은 올무와 덫에 수많은 야생동물의 몸이 잘리고, 인간이 만든 정책으로 인해 반달가슴곰은 자연에서의 어떠한 즐거움도 누려보지 못하고 평생 갇혀서 연명만 하고 있다.

 

이러한 야생동물이 어떻게 구조되고 치료를 받아 자연으로 돌아가는지,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은 어떻게 되는지 생생하고도 먹먹한 이야기를 영화 ‘생츄어리’는 담담하게 들려준다.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하는 사람들의 솔직한 심경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다. 서로 소통하는 방법은 달라도, 이들과 동물들이 교감하는 모습은 깊은 감동을 준다.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의 마지막은 매우 안타깝다. 치료할 수 없을 만큼 다친 경우는 어쩔 수 없더라도, 치료 후 장애가 남거나 사람과 친해져 야생성을 잃는 등의 이유로 방사가 어려운 동물들도 안락사가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외국(미국, 베트남 등)처럼 이러한 동물들이 옮겨져 보호될 수 있는 시설인 ‘생츄어리’가 있다면 굳이 안락사를 당할 필요가 없겠지만, 국내에는 아직 생츄어리가 한 곳도 없다.

 

인간이 ‘머물 곳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죽어야 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충분히 여생을 누릴 수 있는 동물이 머물 공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죽어야 하고, 동물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동물’을 ‘왜’ 죽일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현실은 잔혹하다.

 

인간이 함께 이 땅에서 살아가는 다른 생명에 대해 좀 더 배려와 책임을 가지면 좋겠다. 동물과 인간의 공생,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많은 이들이 함께 인식하고, 모든 생명에 더 이로운 선택을 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영화 속에서 수의사가 날개를 다친 부엉이를 안락사하면서 나지막이 내뱉은 이 말이 머지않아 현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도 생츄어리 있었으면 좋겠다.” 


박주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