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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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미래] 미래 학교는 공동체 의식이 충만해야

학교 구성원간 불협화음 심화
교육 성과·운영에 부정적 영향
학교 교육의 동반자임을 자각
상호 소통·존중·절제 노력 절실

오늘날 학교는 과거에 비하여 공동체 의식이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받고 있다. 학생들의 학습과 교육을 위하여 학교 구성원들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며, 협력하기보다는 대립하고 갈등하는 정도가 점차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구성원들은 교육의 상황에서 차지하는 지위가 달라서 교육과 학교운영에 대해 다른 가치관, 사고방식, 필요, 욕구,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다. 이들 사이에는 때때로 의견과 이해관계의 차이로 인해 대립이 생기고, 학교장, 교감과 교사, 교육공무직 중 누가 책임을 지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불협화음이 존재한다.

학교의 갈등은 교육활동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 교사 중에 수업 준비 및 교과 연구, 학생 지도에 집중하고 헌신할 의욕이 약해지고, 교직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이직을 생각하는 비율이 늘어난다. 학생들은 공부에 몰입하는 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적지 않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교 교육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고 학교에 대한 도덕적·정서적 지원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에는 학교의 갈등은 교육성과를 떨어뜨리게 된다.

김성열 경남대 명예석좌교수·국가평생교육진흥원 이사장

다른 한편으로 교육 현장의 갈등이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의무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서이초등학교 사태가 교육활동 과정에서 학생, 교원, 보호자 등 교육 주체 간 일어나는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하는 방안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 개정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떠올려보라. 갈등이 늘 부정적인 결과만 초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갈등이 학교 운영과 교육성과에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므로 생기지 않게 하거나 생긴다면 빠르게 해결하여야 한다.

학교의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고 강화하는 것은 갈등 해결의 출발점이다. 공동체 의식은 학교 구성원, 학교 운영, 제도 등 여러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회복할 수 있다.

첫째, 학교 구성원들은 일상생활과 교육의 과정에서 공동체의 핵심 가치, 문화를 공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학교 구성원들은 교육의 동반자로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인정하며, 존중하고 신뢰해야 한다. 그리고 연대하고 협력하며, 각자가 해야 할 일에 전적으로 헌신해야 한다.

둘째,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운영위원회, 교직원 회의, 학부모회, 학생회 등 다양한 기구를 통하여 행정 과정에 참여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타당하고 합리적인 의견은 학교 운영에 반영되어야 한다. 그래야 학교 구성원 사이에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이 길러진다. 다만, 학교 구성원들은 참여와 의견 표출이 법령으로 인정되는 제도적 권리라고 할지라도 절제하여 신중하게 행사하려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셋째, 학교 구성원은 대화를 중시하고 서로 열린 소통을 해야 한다. 학교 구성원 사이에 대화와 소통이 활발하면 독선과 대립과 갈등이 사라지고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다. 학교 구성원들은 대화를 통하여 이치와 필요에 따라 서로 절충하고 타협하며 양보하고, 자신의 최소 필수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최소 필수를 인정할 수 있다. 대화와 열린 소통은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촉진제가 된다.

끝으로, 학교는 법령에서 추상적으로 정하고 있는 교원, 학부모 등 보호자, 학생의 권리와 의무를 학교 헌장을 제정하여 학교 현장의 상황과 개별 학교의 특성에 적합하게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학교 헌장은 법령의 범위를 넘어서지 말아야 한다. 학교별로 제정한 학교 헌장이 구체적일수록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서 권리와 의무를 둘러싼 소모적인 갈등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요컨대,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 교육의 동반자로서 서로 존중하며 대화하며, 각자의 권리를 절제하여 사용하고 의무 이행에 헌신할 때 약화한 학교의 공동체 의식이 회복될 수 있다. 공동체 의식이 회복된 학교에서는 학교 구성원들의 교육을 위한 노력이 한 방향으로 모이고 낭비되지 않기 때문에 교육성과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미래의 학교는 학교 구성원 사이에 갈등보다는 공동체 의식이 충만한 학교가 되어야 한다.

 

김성열 경남대 명예석좌교수·국가평생교육진흥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