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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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출장 간 이재용 “누구보다 잘하고,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

2주간 30개 일정 소화 ‘강행군’

HBM·파운드리 등 반도체 위기
노조선 7일 첫 연가 투쟁 예고

이건희 ‘신경영 선언일’ 앞두고
초격차 유지·신사업 발굴 강조

버라이즌 CEO 만나 협력 논의
IT·AI 등 분야 성장 모색 나서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아무도 못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동부 뉴욕에서 서부 실리콘밸리를 가로지르는 비즈니스 미팅을 이어가고 있다. 약 2주간 30여개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가운데)이 4월26일(현지시간) 독일 광학기업 자이스 본사에서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초격차 경쟁력이 흔들리고, 노동조합이 첫 단체행동을 선언한 안팎의 위기 속에서 기존 파트너사들과의 협력을 공고히 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삼성호암상 시상식 직후 출국했다. 이 회장은 삼성의 미래 사업과 연관을 맺고 있는 미국의 주요 정보기술(IT)·인공지능(AI)·반도체·통신 관련 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현지 정·관계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을 하고 있다. 현지 사업도 점검한다.

 

4일(현지시간)에는 뉴욕에서 미국·세계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CEO와 만나 차세대 통신 분야 및 갤럭시 신제품 판매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과 베스트베리 CEO는 AI를 활용한 기술 및 서비스 방안과 차세대 통신기술 전망, 기술혁신을 통한 고객 가치 제고 전략, 버라이즌 고객 대상 안드로이드 에코시스템 확대 협력, 하반기 갤럭시 신제품 판매 확대 협력 등 사업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삼성 갤럭시 신제품 관련 공동 프로모션과 버라이즌 매장 내에서 갤럭시 신모델의 AI 기능 체험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갤럭시Z 플립6·폴드6를 다음달 공개할 예정이다.

2021년 11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버라이즌 본사를 방문해 한스 베스트베리 CEO와 기념촬영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미팅 후 이 회장은 “누구보다 잘하고,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는 말로 삼성전자 기본 사업에서의 초격차 유지와 미래 신사업 선제적 발굴을 강조했다. 이 회장의 이날 발언은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31년 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한 ‘신경영 선언일’(6월7일)을 앞두고 나와 더 무게가 실린다.

 

특히 이 회장의 이번 출장은 최근 삼성을 둘러싼 내·외부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 이뤄져 주목된다. 삼성은 AI 시장 확대로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시장에서 고전 중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고, 후발 주자인 미국 인텔의 추격도 매섭다. 모바일 사업의 경우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애플에 내준 뒤 1분기에 겨우 다시 1위를 되찾았다. 2017년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이후 대형 인수·합병(M&A)도 멈췄다.

 

내부적으로는 삼성전자 창립 후 처음 마주한 노조 파업이 고민이다.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달 29일 파업을 선언하면서 첫 단체행동으로 7일 연가 투쟁을 예고했다.

 

이번 출장에서 이 회장은 최대 수요처인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을 점검하는 동시에 삼성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대내외 변수 극복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회장은 올해 초 말레이시아 현지 배터리 사업을 점검한 데 이어, 4월 말 열흘간 유럽 출장에서 파운드리 고객사의 고객사까지 방문하며 공급망을 챙겼다. 지난달에는 반도체 사업 수장을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행보와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여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