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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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이재명 대표의 이중잣대 [현장메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4·10 총선 당시 ‘비명횡사’ 공천으로 당이 입은 상흔이 더는 회자되길 원치 않겠지만,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공천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라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게 정치인들이다. 자천타천 거론되던 사람이 왜 공천을 못 받았냐고 따지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일정한 원칙이 정해지는 순간 그러한 문제 제기는 때로 정당성을 갖춘다.

국민의힘은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발의한 법안이 6건에 불과하고 국회 상임위 출석률은 35%에 그친 점을 질타했다. 민주당은 지난 공천 심사 기준에 법안 발의 수와 본회의 및 상임위 출석률 등을 포함했는데, 이 기준이 ‘10번에 6~7번꼴’로 상임위에 결석했던 이 대표에게도 적용됐으면 낙천을 면하기 어려웠을 거란 취지다. 정작 출석률이 80∼90%를 웃돌 정도로 성실했던 의원들이 ‘하위 10∼20%’라는 오명을 안고 정치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민주당이 당대표를 예우하는 관례를 앞세워 이 대표에게만 공천 심사를 느슨하게 적용했단 평이 많다.

배민영 정치부 기자

그랬던 민주당과 이 대표가 이젠 “관례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한다. 원 구성 시한인 7일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법대로 하겠다” 큰소리를 친다. 통상 협치를 중시해 시한을 넘겨도 최종 합의 전엔 미루던 원 구성을 임의로 마무리 짓겠단 뜻이다. 소수당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각 부처 장관이 국회에 불출석할 경우 벌칙 조항을 신설하는 국회법 개정도 추진할 태세다. 상임위 단골 결석자였던 당대표가 이끄는 정당의 입법 구상 현주소다. 내가 안 나가면 공결, 남이 안 나오면 무단결석인가. “당무로 바쁘다”는 핑계로 검찰 조사도, 재판도 수차례 불출석했던 이 대표가 지금은 “관례 아닌 법대로 하자”고 한다.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비판이 그치지 않는 이유다.


배민영 정치부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