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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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북전단 빌미 ‘백배 오물’ 날리나 … 접경지역 ‘초긴장’

대북전단 풍선, 北 상공으로 날아가
“北 오물 물량 소진 관측… 재개는 반반”
“정부 확성기 재개 땐 더 큰 충돌 우려
대비태세 복원… 대북억지 강화 적절”
北, 최고 존엄 모욕 대북전단에 민감
“삐라 살포 단체 구상권 청구” 지적도

6일 탈북민단체가 살포했다고 밝힌 대북전단 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지역으로 넘어갔다. 북한은 최근 1000여개 ‘오물풍선’을 날려 보낸 뒤 남측의 추가 전단 살포 시 강력히 보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 조치 이후 첫 대북 전단인 만큼 북한 측의 향후 보복 강도에 따른 남북 간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적막감 흐르는 北 초소 탈북민단체가 6일 새벽 북한 접경지역에서 대북전단 등이 담긴 애드벌룬을 날려 보낸 6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초소에는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군 당국은 일부 풍선이 북한 상공으로 날아간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북한의 대북 풍선 대응 정황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파주=뉴시스

군의 한 소식통은 “탈북민단체에서 경기도 접경지역 일대에서 날린 풍선 일부가 북한 상공으로 날아간 것으로 포착됐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진 대북 풍선에 대한 북한의 대응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 2일 김강일 국방성 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오물풍선 살포 잠정 중단을 선언하면서도 한국에서 대북 전단을 다시 살포할 시 발견되는 양과 건수에 따라 백배의 오물을 다시 집중 살포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군은 도발 징후를 주시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현재 북한의 도발 징후를 면밀히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오물풍선 또 오나… 북한 대응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장 오물풍선을 날려 보내는 즉자적 대응을 하기보다는 종합적 정세 분석하에 추가 실행계획으로 이행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조심스럽지만, 북한이 오물풍선을 보낼 가능성과 그렇지 않을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본다“며 “오물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한다고 한 배경에는 한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 입장에서도 남남갈등을 일으키고, 대북 전단에 대한 민감성을 보여주면서 나름대로 자기 목적을 달성한 상황”이라며 “15t의 오물을 4월부터 준비했다고 보고 물량도 소진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다시 보낼 가능성에 대비해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현실화하면서 대북 억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9·19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했기 때문에 백령도 등지에서의 K9자주포 실사격 훈련 등 그간 9·19군사합의에서 황당하게 제약됐던 군사활동을 정상화하는 식으로 우리의 대비태세를 복원해나가는 정도가 적절하다”며 “이 과정에서 첫 문턱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긴장은 조성되겠지만 9·19 군사합의 이전의 훈련 수준이 남북에서 모두 재개되면서 다시 안정이 찾아올 수도 있다”고 했다. 정부가 재개를 저울질하고 있는 대북확성기 방송에 대해서는 현재로서 다른 카드가 많은 만큼 차후 카드로 미뤄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 교수는 “굉장히 민감하고 큰 카드이므로 더 심각한 도발이 있을 경우에 쓰는 것이 맞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금 북한은 대북전단과 윤석열 대통령 현충일 추념사, 한·미 연합훈련 동향, 9·19군사합의 효력정지,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추이를 주목해 분석하며 대응 수준을 정할 것으로 본다”며 “조만간 김여정 당 부부장과 외무성, 국방성 담화 등 몰아치기식 여론전과 예고한 오물풍선 외에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와 군사분계선(MDL) 내 무장 강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1달러 지폐 2000장 北 살포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6일 20만장의 대북 전단을 북한으로 날려보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 단체가 이날 대북전단과 함께 보냈다고 밝힌 1달러짜리 지폐 2000장 가운데 일부.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남북 간 전단 놓고 과거에도 충돌

 

남북 간 전단살포 문제는 과거에도 몇 차례 충돌이 발생했을 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남북 간 갈등이 고조될 때는 전단살포 문제가 더욱 논란이 됐다.

 

2014년 10월 대북전단이 실린 탈북민 단체의 풍선에 대해 북한이 고사총을 발사했고, 우리 군이 맞대응한 전례가 있다. 양측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컸다. 박근혜정부는 탈북민 단체에 전단살포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북한에서 대남전단 수천장을 실은 비닐 풍선을 남측에 살포하기도 했다. 북한이 날린 전단 뭉치가 수원시의 한 연립주택 옥상에 떨어지면서 물탱크와 유리 등이 파손되고, 차량 지붕이 부서지기도 했다. 북한이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도 결국 대북 전단살포에 대한 보복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풍선에 실린 전단의 내용 때문이다. 케이(K)팝이나 한류 콘텐츠 외에도 북한 최고 지도자에 대한 모욕적인 내용이 담긴 것인 만큼 북한으로서는 그냥 넘어가기 힘들 수밖에 없다.

 

통일부는 이날 대북 전단 살포 관련 확인 요청에 “확인해드릴 것이 없다”고 밝혔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에 대해 개입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일부 단체의 대북전단이 북한 주민 알권리나 인권개선과는 무관하게 자기 단체 존재감 과시용으로 일종의 ‘비즈니스’라는 평가도 있다. 양 교수는 “삐라의 목적은 북한지도부의 반성과 인권개선 유도, 정보 유입과 주민의 대정부 투쟁이라지만, 애초 목적과 무관하게 흘러왔다”며 “남남갈등, 긴장고조, 국가 이미지 추락만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대북전단과 오물풍선으로 접경지역 쓰레기 처리나 차량파손, 화재 등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양 교수는 “대북전단 살포 단체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대책을 세워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


김예진·구현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