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놀 권리 없는 아이들… 삶 만족도 7.14점 [뉴스 투데이]

복지부, 17세 이하 실태조사

학원 탓 친구와 놀이시간 부족
스트레스 경험은 개선됐지만
우울 등 고위험군도 0.9% 늘어
전 연령 과체중·비만 20% 초과

아동(0∼17세)들의 삶의 만족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가 늘고 체벌은 줄어들었다. 다만 학원·과외에 놀 시간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업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거나 오히려 커진 셈이다. 신체 활동과 수면 시간이 줄어 9∼17세 아동의 비만율은 4배 이상으로 늘고, 스트레스 과다·우울감 등을 호소하는 아동도 증가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9∼12월 18세 미만 아동을 양육하는 5753가구를 조사해 6일 발표한 ‘2023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동의 삶 만족도(10점 만점)는 7.14점으로 2013년(6.10점)과 2018년(6.57점)보다 향상됐다.

전반적으론 정신건강이 개선됐는데, ‘고위험군’은 되레 늘었다. 9∼17세 아동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2023년 기준 스트레스가 적거나 없는 아동은 43.2%로 2018년(34.5%)보다 8.7%포인트 증가했다. 아동의 우울 및 불안 정도도 1.77점(최대 26점)으로 2018년(1.88점)보다 0.11 줄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대단히 많은 9∼17세 아동은 1.2%로 2018년(0.9%)보다 늘었고, 최근 1년 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우울감을 경험한 아동도 4.9%였다. 주요 스트레스 요인(복수 응답)으로 숙제와 시험(64.3%), 성적(34.0%), 대입 또는 취업 부담(29.9%), 부모님과 의견 충돌(29.7%) 등을 꼽았다.

‘체벌이 필요하다’는 부모 비율은 2018년 39.3%에서 2023년 22.7%로 크게 감소했다. 보호자의 위험행동도 줄었다. 엉덩이를 맞는 등 신체적 위협을 1년에 한두 번 경험한 아동은 10.0%로 2018년(27.7%) 대비 크게 감소했다.

여가시간에 스마트폰, 컴퓨터를 사용하는 비율이 늘고, TV 시청과 책 읽기는 감소했다. 9∼17세 아동의 친구 수는 2018년 평균 5.44명에서 8.62명으로 크게 늘었다. 다만, 42.9%가 방과 후 친구들과 놀고 싶었지만, 실제 18.6%만 친구와 놀았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놀고 싶은 마음과 실제와의 차이가 더 커졌다”며 “놀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동의 흡연·음주 경험률은 낮아지는 추세다. 9∼17세 아동의 흡연 경험률은 2023년 1.8%로 2018년(6.6%)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음주 경험률도 2018년 9.1%에서 2023년 6.1%로 감소했다.

아동의 신체 건강 상태는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출생 시 2.5㎏ 미만인 저체중 아동의 비율은 2023년 3.7%로 2018년(4.8%)에 비해 줄었다.

하지만 체중은 점점 증가해 전 연령대에서 과체중·비만율이 20%를 넘어섰다. 3∼8세 아동의 비만율(12.3%)은 지난 조사(12.2%)와 비슷했지만, 9∼17세 비만율은 14.3%로 2018년(3.4%)의 4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고강도 운동 실천율은 2023년 48.1%로 2018년(38.2%)보다 증가했지만, 주중 앉아 있는 시간이 2018년 524분에서 2023년 636분으로 늘었다. 하루 수면시간은 8.3시간에서 7.9시간으로 줄었다. 신체 활동과 수면 시간 감소가 비만율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게 복지부의 분석이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