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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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주고 석유 받고?…“北, 러시아 항구에서 직접 석유제품 실어날라…안보리 결의 위반” [특파원+]

日 언론 자체 분석 결과 보도

북한 선박들이 유엔(UN) 안정보장이사회가 수입을 금지한 휘발유 등 석유정제품을 러시아 항구에 입항해 실어나른 정황이 포착됐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자체 분석 결과를 7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무기 공급 등을 매개로 북한과 한층 가까워진 것이 반영된 것으로 요미우리는 “석유정제품 밀수가 해상에서 선박 간에 환적하는 것은 물론 보다 대담한 수법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북한 유선호 모습. 일본 방위성 제공

미국 기업이 공개한 위성사진, 국제해사기구(IMO)와 일본 외무성 등의 선박 사진을 비교, 분석한 조사에서 요미우리는 지난 4월 1, 3, 7, 10일 북한 유조선과 특징이 일치하는 선박 4척(유선호·운흥호·월봉산호·백양산1호)이 석유 탱크로 보이는 구조물이 늘어선 부두에 정박하거나, 항만을 오가는 모습을 포착했다.  요미우리는 “4척 모두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이라며 “전문가들은 4척이 북한에 석유정제품의 공급을 제한한 안보리 결의에 위반하는 행위를 반복해 왔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해당 선박들은 서해, 쓰시마 인근 바다 등을 통과하며 항적을 지우는 방식으로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항에 입항한 것으로 보인다. 유선호의 경우 지난 3월 초순 서해에서 쓰시마를 지나 동해로 진입한 뒤 같은 달 9일 선박자동식별장치(AIS·선박의 위치, 항로, 속도 등을 자동적으로 송수신하는 무선장치) 신호가 사라졌다가 다음달 1일 보스토치니항에 계류 중인 것이 확인됐다. 12일에는 블라디보스토크 연안에서 AIS 신호가 다시 나타났고, 서해도 돌아갔다.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는 “올해 봄 이후 북한의 유조선이 보스토치니항에 직접 기항해 석유정제품을 조달한 것”이라며 “밀수가 일상화돼 유엔 제재가 기능하지 않고 있는 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3년 9월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요미우리는 “북한이 보다 대담한 수법을 활용한 배경에는 러시와의 강해진 결합이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략 장기화로 탄도미사일이나 탄약을 (북한으로부터) 제공받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석유정제품 공급은 그 대가”라고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12월 북한의 석유정제품 수입 상한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는 제재를 결의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존 카비 미 대통령보좌관은 지난달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공급한 석유정제품이 3월에만 16만5000배럴을 넘었고, 이미 연간 상한을 웃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