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택시기사 목 졸라 살해한 40대男, ‘국제결혼 지참금’ 마련 위해...“고의는 없었다” 주장

지난해 10월23일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태국으로 달아난 A씨가 범행 11시간 만에 태국공항에서 붙잡힌 모습. 충남 아산경찰서 제공

 

국제결혼 지참금을 마련하기 위해 택시 기사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태국으로 도주했던 40대 남성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진환)는 강도살인, 컴퓨터 등 이용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45)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23일 오전 2시57분쯤 충남 아산시 염치읍에 위치한 도로에서 택시기사 B 씨(70)를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후 1000만여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A씨는 오전 12시46분쯤 광주에서 B씨가 운전하는 택시에 탑승하고 인천공항으로 가던 중 소변이 마렵다고 택시를 정차시켰다. 이후 그는 B씨를 폭행하고 목을 졸랐으며 피해자가 의식을 잃자 미리 준비한 테이프로 B씨의 목을 감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의 은행 어플 패턴과 통장 비밀번호 등을 알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B씨의 차에 있던 현금을 챙기고 계좌에서 1000만여원을 이체해 태국으로 도주했다. 그는 B씨를 도로에 방치한 채 직접 피해자의 택시를 몰고 인천공항까지 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3시간 넘게 도로에 방치되어있던 B씨는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태국 사법당국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 A씨를 추적했으며 범행 11시간 만에 태국 공항에서 붙잡혀 다시 한국으로 송환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태국인 여자친구와 혼인신고 한 후 결혼 지참금 약 700만원이 필요하자 이를 마련하기 위해 강도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A씨의 직업 역시 영업용 택시 기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검찰은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법정에서 A씨는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살해할 고의는 없었기 때문에 강도치사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40대의 건장한 남성이 의식을 잃은 노인의 목을 테이프로 감아 장시간 방치할 경우 생명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A씨와 검찰은 모두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품이 유족에게 모두 돌아갔고 처음부터 살인을 계획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하면 책임이 매우 무겁지만 1심이 너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히고 항소를 기각했다.

 

B씨의 유족들은 1심 재판에서 “사람을 죽였는데 징역 30년이 말이 되느냐”며 “사형을 시켜달라”라고 울분을 토했다. 특히 B씨의 큰딸은 “A씨가 이미 기절한 아버지의 입을 막고 질식시키는 2차 가해를 했으며 부검 후 아버지의 얼굴에서 당시의 고통이 그대로 느껴졌다”고 호소했다.


박가연 온라인 뉴스 기자 gpy1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