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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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기부” 김호중 팬…75억이 ‘앨범’ 기부?

KBS 공식 답변 “김호중 사건 사회적 관심과 우려 집중”

음주 뺑소니 운전 혐의로 구속된 가수 김호중(33)의 퇴출을 반대하는 팬들의 호소가 이어지자 KBS가 입장을 내놨다. 이는 청원글이 1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KBS가 30일 내 답을 해야하는 조치에 따른 것이다.

 

가수 김호중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이날 KBS는 약 100억 기부 나눔의 선한 영향력인 김호중 아티스트’라는 제목의 청원에 대해 “위법한 행위로 일련의 조치(방송출연 금지)를 취했다”고 밝혔다. 

 

KBS는 “아티스트와 그의 재능을 아끼고 사회적 관용을 호소하신 시청자님의 청원 취지를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김호중씨는 음주 뺑소니 혐의로 이미 지난 5월 24일 구속됐고 당사자도 음주 운전을 인정하고 있는 점, 인기 연예인으로서 사회적·대중적 관심과 우려가 집중된 상황에서 그의 위법한 행위는 특히 어린이·청소년의 건전한 인격 형성 및 정서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일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KBS는 지난달 29일 김호중에 대한 한시적 방송 출연 정지를 결정한 바 있다. 다만 “법적 판단이 나오기 전의 한시적 조치로 추후 재판 결과에 따라 재심의를 통해 규제 수준은 강화되거나 해제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 ‘김호중 가수 퇴출에 관한 반박 내용. 약 100억 기부 나눔의 선한 영향력인 김호중 아티스트’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 작성자는 “법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김호중의 천재적인 재능을 아깝게 여겨서 그가 자숙하며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회가 한 번은 보듬고 안아주어야 하는 관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팬들이 지금까지 4년 동안 약 100억 원 가까이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김씨가 가진 이름의 선한 영향력”이라며 “지금까지 아티스트로서 사회를 향해 선한 기부를 한 일에 대해 정상참작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원인은 김씨가 100억원을 기부했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100억 중 75억원어치가 김호중의 앨범이라는 의혹이 나와 기부액을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호중과 팬클럽이 2020년부터 2023년 말까지 기부한 내역을 정리한 게시물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지난 2일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에는 김씨와 팬클럽이 기부한 내역을 정리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2020년 4월부터 작년 12월 21일까지 팬클럽 아리스는 약 97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이는 현금 기부와 금액이 정해지지 않은 물품 기부를 합친 추정치인 것으로 드러났다.

 

100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김호중의 정규 2집 앨범 ‘파노라마’ 53만8427장으로, 75억원 상당이다. 기부 총액에 앨범 구매 금액 75억을 포함한 것으로 누리꾼들은 기부액이 부풀려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현금 기부는 튀르키예지 지진 복구 지원 유니세프 성금(2억2500만원), 수재민 돕기 희망브리지 성금(3억5100만원) 등이다.

 

김씨를 두둔하는 일부 팬들의 주장이 잇따라 올라와 논란이 일자 공식 팬카페 ‘트바로티’는 지난달 30일 공지사항을 통해 “(김씨를 두둔하는 주장은) 팬을 자칭하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며 선을 그었다. 

 

이들은 “아리스(김씨의 팬덤명)는 이전 입장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자숙하며 침묵 중”이라며 “언론은 팬을 사칭하는 불순세력을 이용해 가십화하는 행태를 중단하고 특수 목적을 가진 일부 사람들에 의해 팬덤이 이용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길) 간곡히 요청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호중은 지난달 9일 밤 11시40분쯤 술을 마시고 차를 몰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로 구속됐다. 운전자 바꿔치기 등으로 인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등 혐의를 받고 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