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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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백 건네기 전날 최재영 목사와 일정 조율… 檢, 김건희 여사 측근 소환할까

최 목사, 김 여사에게 ‘디올 쇼핑백’ 사진 보내자
김 여사 측근 “여사님이 시간 내보시겠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측근 비서가 김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디올 백 등을 건넨 최재영 목사와 구체적인 접견 일정을 조율하고 접견 장소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비서는 현재 대통령실 부속실에 소속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최근 최 목사 방문 당시 김 여사 사무실 방문객 명단과 폐쇄회로(CC)TV 영상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검찰은 최 목사 측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이 측근 등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측근이 김 여사 접견 일정을 관리해 온 만큼, 최 목사가 주장하는 다른 ‘금품 공여자’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김건희 여사(왼쪽)와 최재영 목사. 연합뉴스

◆“김 여사 측근 비서, 일정 조율∙마중…선물 건네기도”

 

세계일보가 입수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따르면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디올 백을 전달하기 전날인 2022년 9월12일 대통령실 부속실 소속 비서 유모씨로부터 “여사님께서 잠깐 뵐 수 있는 시간은 내 보시겠다고 하신다. 언제쯤 방문 예정이시냐”는 메시지를 받았다. 유씨는 코바나컨텐츠 직원 출신으로, 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실에 합류해 김 여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측근 중 한명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이어 최 목사에게 “주초에 오신다고 하셨는데, 언제쯤 방문 예정이시냐”며 “요일은 화요일이나 수요일 오후면 좋을 것 같다”고 물었다. 이에 최 목사가 “저는 내일도 좋고 수요일도 좋다. 여사님 일정에 맞추겠다”고 하자 유씨는 “내일 2시 반에 괜찮으시냐”며 일정을 조율한다.

 

최 목사는 이로부터 닷새 전인 9월7일 김 여사에게 디올 쇼핑백 사진과 함께 “여사님, 추석인사 드리러 가려는데 언제가 좋을까요?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지만 핸드백 하나 장만했어요”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김 여사가 답장을 하지 않자 최 목사는 이틀 뒤 “이렇게 아무 말도 없고 반응도 없으시면 난처하네요”라며 “제가 경계인물이 된 것 같아 서글퍼요”라고 한 차례 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유씨가 사흘 뒤인 12일 연락한 것이다.

 

유씨는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180만원 상당의 샤넬 화장품과 향수를 전달했다고 주장한 2022년 6월20일에도 최 목사와 문자를 주고 받았다. 최 목사가 해당 날짜에 “오늘 2시 정각에 여사님과 뵙기로 했다. 주소를 알려달라”고 문자를 보내자 유 비서는 김 여사의 사무실 주소를 보내며 “상가 들어오셔서 제과점 앞에서 전화주시면 모시러 나가겠다”고 답한다. 최 목사는 이날 김 여사와 접견 후 작성한 메모에 “아크로비스타 상가에 도착하자 유씨가 마중 나왔고, 유씨를 따라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도착했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유씨는 최 목사가 2022년 9월13일 김 여사에게 디올 백을 전달한 2차 접견 후 작성한 메모에도 등장한다. 이 메모에 따르면 유씨는 김 여사와 접견을 마치고 일어서려는 최 목사에게 보자기에 싼 대통령 추석 선물 상자를 건넸고, ‘남자용 대통령 시계 선물을 가져오라’는 김 여사의 지시에 따라 시계 선물까지 전달했다고 한다.

 

◆최 목사 “다른 접견자들도”…‘일정 조율’ 비서 카톡 내역 주목

 

서울의소리 측은 지난달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에 이 같은 내용의 카카오톡 대화와 접견 메모 등을 제출했다. 검찰은 유씨 등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들을 불러 해당 자료들의 진위 여부와 접견 당시 상황 등에 대해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이들을 불러 ‘디올 백을 전달하기 위해 김 여사를 접견한 날 다음 접견자들이 김 여사에게 줄 쇼핑백을 양손에 가득 들고 들어가는 모습을 포착했다’는 최 목사 측의 주장도 확인할지 주목된다. 최 목사는 김 여사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상습적으로 금품을 수수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여사를 접견하는 모든 사람들은 유씨와 다른 비서 정모씨 두 비서를 통해 만나기 때문에 이들의 카카오톡 내역을 보면 그 사람들의 전화번호가 있을 것”이라는 게 최 목사 측 주장이다.

 

앞서 검찰은 김 여사 사무실이 있는 아크로비스타 건물의 CCTV 영상, 아크로비스타가 작성한 방문객 명단, 택배 일지 확보를 시도했지만, 영상과 택배 일지의 보관기간이 지났고, 방문객 명단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을 받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