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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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 이화영의 대북송금 1심 유죄… ‘이재명 지사’는 몰랐는가 [논설실의 관점]

재판부 “李 방북 사례금 가능성”
검찰 수사로 ‘공범’ 여부 가려야
“野 추진 특검, 이 대표 방탄용”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가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등 사건 1심에서 징역 9년6월을 선고했다. 일부 혐의가 무죄 판단을 받으며 검찰이 구형한 15년보다 줄긴 했으나 대북사업을 고리로 공직자와 기업인이 결탁한 부패범죄를 엄단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재판부가 대북송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방북 추진과 관련한 사례금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한 부분을 주목할 만하다. 측근인 이씨의 유죄 판결로 “과연 이 대표는 몰랐느냐”는 질문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뉴시스

이씨는 쌍방울의 800만달러 대북송금 사건을 공모한 혐의 등으로 2022년 10월 구속기소됐다. 800만달러 중 300만달러는 경기지사이던 이 대표 방북 비용 명목으로 북한 측에 전달됐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론이다. 1년8개월이나 진행된 공판 끝에 재판부도 이를 혐의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대북사업에서 이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 아래 방북 비용을 대납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씨는 검찰 조사 당시 방북 비용 대납 등과 관련해 당시 경기지사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비록 재판부가 선고공판에서 “이씨가 이 대표에게 보고했는지 여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선을 긋긴 했으나 두 사람을 공범으로 볼 여지가 상당히 커졌다고 봐야 한다. 대장동 사건에 이어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한층 더 커진 셈이다. 이번 선고를 계기로 검찰이 엄정히 수사해 이 대표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1심 선고를 불과 나흘 앞두고 민주당이 이른바 ‘대북송금 검찰 조작 특검법’을 발의한 행태가 우려스럽다. 민주당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이씨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면서 특검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리겠다고 한다. 지난해 이씨가 검찰에 “대북송금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는 얘기가 나온 직후 이씨 부인이 법정에서 남편을 향해 “정신 차리라”고 질타하고 변호인을 바꾸는 일이 있었다. 이씨는 이후 “검찰청사 내 술자리에 불려가 회유를 당했다”는 등 주장을 펴기도 했으나 이를 입증할 근거는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술자리가 있었다는 날짜나 장소가 수시로 바뀌었다. 민주당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대북송금 검찰 조작) 특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담당 수사 검사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어깃장을 놓았는데, 1심 유죄 선고를 보고서도 입장에 변함이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씨 기소 후 1심 선고까지 무려 20개월이나 걸린 건 상식적으로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 대표에게 행여 악영향이 미칠까봐서 이씨 가족과 변호인, 민주당 의원들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재판을 지연시킨 탓 아니겠는가. ‘술자리 의혹’ 제기에 이원석 검찰총장까지 나서 “사법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붕괴하려는 시도”라고 했을 정도다. 민주당이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해 특검법안을 추진하는 건 지극히 비상식적인 행태임을 거듭 지적한다. 이 대표 ‘방탄용’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상급심에서 법과 원칙대로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 공당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