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육군, ‘北오물풍선 때 음주회식’ 전방 사단장 직무배제…北, 내주 도발 가능성

탈북민단체, 북으로 또 전단 살포
경기도 파주시 운정동에서 발견된 대남 오물풍선 내용물.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당시 음주 회식을 한 것으로 드러난 육군 제1보병사단장에 대해 군이 8일 직무 배제 조치를 내리고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이날 육군에 따르면 상급부대인 지상작전사령부는 음주회식 관련 제보를 받고 감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선 1사단장을 직무 배제 처리했으며, 감찰 결과를 바탕으로 인사조치 및 징계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1사단장은 지난 1일 저녁 참모들과 함께 음주 회식을 벌인 뒤 북한이 내려보낸 오물 풍선이 살포된 심야 시간까지 작전 통제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가 그 전날인 지난달 31일 “북풍이 예고돼 오물풍선이 예상된다”고 알리며 각급 부대에 대비 태세 강화를 지시한 바 있다.

 

육군은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전방 부대의 중요 지휘관이 직위자들과 음주 회식을 갖는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지휘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 군사대비태세 유지를 소홀히 한 것”이라며 “즉각 조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전 상황 조치에 큰 문제는 없었으나 대국민 신뢰를 저하하는 부적절한 행위로 해당 보직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에 반발한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을 보내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전단이 다시 살포되면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커졌다.

 

탈북민단체 큰샘 박정오 대표는 8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날 인천 강화도에서 쌀 500kg과 한국 드라마, 찬송가 등이 담긴 USB를 페트병에 넣어 북쪽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USB에 '사랑의불시착' 등 한국 드라마 3~4편과 미국 액션 영화도 담았다고 말했다.

 

북한은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 지역과 종심 지역에 살포될 것”이라며 위협했고 실제로 지난달 28일부터 1천개 가까운 오물 풍선을 살포했다. GPS 교란 등 도발도 감행했다.

 

이후 북한은 “반공화국 삐라(전단) 살포를 재개하는 경우 발견되는 양과 건수에 따라 100배의 휴지와 오물량을 다시 집중 살포하겠다”며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조건으로 오물 풍선 도발을 멈췄다.

 

하지만 탈북민단체는 대북 전단을 계속 날려 보내겠다는 입장이다.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 역시 자제를 요청하는 등 제재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에 북한이 오물 풍선으로 대응하면서 국내에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북한은 현재 대북전단 살포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초 "100배로 보복하겠다"던 오물 풍선도 아직 준비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대북 전문가들은 시점의 문제일 뿐, 도발이 곧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8일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북한지역 기상은 주말은 남풍 계열이고 일부 북서풍이 있으며, 10일부터 11일까지 북서풍이 예상된다. 군 당국은 이르면 북한이 내주초 대규모 ‘오물 풍선’ 재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국지전을 벌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불법’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서해 해상국경선 발표로 NLL 일대 긴장을 확 끌어올려 이를 국제적 이슈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군 당국은 북한 의도에 휩쓸리지 않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 움직임과 관련한 질문에 "군 작전상 답변 드릴 사안이 없다"고 밝히면서 "위험성을 부각하는 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북한이 의도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