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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맞다이’→웃으며 '화해'…민희진의 태세 전환 노림수? [뉴스+]

‘맞다이’로 들어오라던 민희진은 왜 돌연 ‘화해’를 제안했을까.

 

지난달 25일 열린 1차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던 민희진 어도어 대표(왼쪽)과 여유를 찾은 모습으로 31일 2차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그의 모습.   뉴시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난달 31일 모회사 하이브에 손을 내밀었다. 그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구를 위한, 무엇을 얻기 위한 싸움인지 잘 모르겠다. 타협점이 잘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긋지긋하게 싸웠다”며 “뉴진스를 위해 타협을 제안한다”는 표현도 했다.

 

지난 4월 1차 기자회견에서 ‘개저씨’ ‘노예계약’ 이라며 비판하던 것과 180도 달라진 태도다. ‘개저씨들과 계속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을 한 것이다.

 

 

 

엔터 업계에서는 민 대표의 태도가 달라진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한다.

 

우선 ‘뉴진스를 데리고 독립’한다는 목표가 근본적으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민 대표가 ‘어도어를 빈 껍데기로 만들어서 (뉴진스를) 데리고 나가려 했다’는게 본질이다.

 

법원도 가처분 결정문에서 ‘독립을 모색한건 분명하다. 이는 하이브에 대한 배신 행위’라고 못박았다. 하이브의 감사과정에서 민 대표와 A부대표와의 대화를 통해 이 같은 의도가 드러나고 공개되면서 ‘독립의 꿈’은 불발로 그쳤다. ‘뉴진스와 독립’이 무산된 민 대표가 뉴진스의 제작자로서 계속 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어도어에 남는 것이다. 타협 제안은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뉴진스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경제적 이익이다. 타협은 민형사상 소송 취하 등을 전제로 한다. 소를 취하하면 현재 체결된 주주간 계약에 따라 민 대표는 오는 11월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고 1000억원을 손에 거머쥘 수 있다. 하지만 하이브가 타협에 응하지 않고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면, 수사 상황에 따라 주주간 계약은 해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주간 계약은 ‘상호 신뢰 상실’ 등 해지 사유가 배임보다 폭넓게 적용 될 수 있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제안에 답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사실상 불응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민형사상 법적 조치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특히 형사의 경우 수사과정에서 피고발인 조사가 진행되면 이번 사건이 또 다른 국면을 맞을 수 있다.

 

민 대표가 2시간 가까이 진행된 두번째 기자회견에서 하이브나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혀 표하지 않은 것도 주목된다. 이는 하이브가 타협 제안에 응하지 않고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진행할 경우,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피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멀티레이블을 운용하는 하이브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큰 분쟁을 일으키고도 아무일 없던 것처럼 덮으려는 것은 어떤 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