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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으로 포장된 강성 당원, 지도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심층기획-위기의 대의민주주의]

민주 ‘당원 의사 반영’ 당헌 개정
학계 “제도 반영 신중해야” 지적

“강성과 보통 당원, 그런게 세상에 어딨어? 집단지성의 일부인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6일 당원 대상으로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에서 최근 당 안팎에서 우려가 나오는 ‘국회의장 후보 경선 시 권리당원 의사 20% 반영’ 개정안을 옹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우영 의원이 “(개정안을 우려하는) 다선·중진 의원들은 당원을 강성 당원과 평범한 당원, 이렇게 이분법으로 바라본다“고 평한 데 대해 동의를 표하면서 한 말이다. ’국민을 대변해야 할 국회의장이 강성 당원에 휘둘릴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 또한 집단지성이니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반박한 셈이다.

 

사진=뉴시스

171석 거대 야당을 포위하는 데 성공한 ‘강성 당원’들이 이제 ‘대의 민주주의’를 함락하는 데 나서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사실상 당헌·당규를 고쳐 당원들이 국회의장을 뽑는 데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길’을 트기로 하면서다. 실제 개정안은 10일 당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뒤 추후 당무위·중앙위 의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물론 당내 중진 의원들조차 이에 비판과 우려를 표하지만, 그럴 때마다 당 지도부나 개정 찬성파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게 바로 ‘집단지성’이다. 5일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도 “우리 당원들의 집단지성을 믿어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고 한민수 대변인이 전했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이 집단지성이란 구호가 사실상 민주당이 강성 당원을 가리는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하고 있단 지적이 나오는 터다. 실제 민주당원들이 활동하는 당 공식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이 트로이 목마의 속사정을 일견 살펴볼 수 있다.

 

9일 세계일보가 민주당원 커뮤니티 ‘블루웨이브’ 내 ‘인기글’ 총 281건(2024년 1월1일∼6월6일 게재)을 분석한 결과 빈도 기준 상위 20개 단어 중 60% 수준인 12개가 강성 당원들이 ‘빠’(팬) 혹은 ‘까’(안티)를 자처하는 특정 정치인의 이름이었다. 당장 1위 ‘민주당’(328회)에 이은 2위가 ‘이재명’(177회)이었고, 5위에 ‘추미애’(97회), 공동 16위 ‘정봉주’(37회), 19위 ‘현근택’(31회) 등 민주당 인사 4명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하는 인기글에서 거론됐다. 반대로 6위 ‘윤석열’(66회), 7위 ‘고민정’(63회), 10위 ‘김부겸’(49회), 11위 ‘문재인’(47회), 12위 ‘우원식’(45회), 13위 ‘박용진’(43회), 공동 16위 ‘임종석’(37회), 18위 ‘조국’(36회) 등 인사 8명이 사실상 혐오에 가까운 정서를 표출하는 대상으로 게시물에 등장했다. 

 

물론 이 분석 결과만으로 민주당 권리당원 245만여명(지난해 6월말 기준) 전부를 누군가의 ‘빠’나 ‘까’로 일반화할 순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렇게 당원 커뮤니티 등에서 두드러지는 강성 당원의 영향력을 그저 집단지성이란 믿음에 기대 국회의장 선출 절차 등 국회 제도 내로 들이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단 의견을 내놓는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국회의장이 300명 국회의원의 대표이지 않나. 물론 다수당에서 배출되지만 민주당 의원들만, 더욱이 민주당 당원들만 대표하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내에서 특정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거나 일부 인사에 대해 비이성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식으로 여론을 만들어 가는 게 강성 당원이다. 이들의 움직임이 일반 당원들의 의견을 견인하는 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 민주주의의 토대가 된 대의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4·10 총선 압승으로 원내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 후보 선출에 당원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트기 시작하면서다. 민주당은 ‘당원 중심 정당’이란 구호로 이 변화를 선전하지만, 당원에게 국회의원 권한을 양도하는 건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엄연히 반한단 지적이 대다수다. ‘팬덤정치’가 횡행하는 현 정치 문화에서 ‘제왕적 당대표’ 현상 또한 강화할 수밖에 없다. 제왕적 당대표 현상은 대의민주주의의 주역인 정당 내 건전성을 헤친다. 세계일보와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는 공동기획으로 총 3회에 걸쳐 시리즈 ‘위기의 대의민주주의’를 통해 최근 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 논란, 심화하는 제왕적 당대표 현상 등 대해 비판적으로 점검한다.

 

공동기획: 세계일보·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김승환·배민영·최우석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