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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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대북확성기 방송 6년 만에 재개

北, 오물풍선 330여개 재도발
대통령실, NSC 소집해 맞대응
“긴장 고조 책임 전적으로 北에
빈틈없는 대비태세 유지할 것”

우리 군이 가진 가장 강력한 심리전 수단인 대북 확성기 방송이 9일 재개됐다. 문재인정부 때인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직전 중단된 이후 6년 만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공지에서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해 오늘(9일) 오후 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추가 실시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며, 오물풍선 살포 등 비열한 방식의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방송 시작 시간과 장소, 장비의 종류 및 수량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동형 확성기 점검하는 軍 합동참모본부는 9일 오후 최전방 지역에서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군은 앞서 지난주 대북방송 재개를 위해 확성기 이동과 설치, 숙달 등을 위한 일명 ‘자유의 메아리’ 훈련을 실시했다. 사진은 군 장병들이 훈련 과정에서 이동형 확성기를 점검하는 모습. 합참 제공

대통령실은 앞서 이날 오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NSC가 열린 것은 2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하기 위한 회의 이후 7일 만이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NSC 상임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북한이 8일 만에 오물풍선을 다시 살포한 데 대해 국민 불안과 사회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며 “지난달 31일 예고한 대로 상응 조치들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취하는 조치들은 북한 정권에게는 감내하기 힘들지라도 북한의 군과 주민들에게는 빛과 희망의 소식을 전해줄 것”이라며 “앞으로 남북 간 긴장 고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측에 달려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오물풍선 착지 전 격추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하늘에서 격추할 경우 비산물이 더 예상치 못한 반경으로 흩뿌려질 수 있기 때문에 착지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오물풍선을 탐색하고 수거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대통령실 발표 직후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화상으로 주관하며 대북 확성기 설치 및 방송 실시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신 장관은 대북 심리전 수단인 확성기 방송 실시를 빌미로 북한이 직접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신 장관은 “북한의 직접적 도발 시에는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응징할 것”을 주문했다.

 

북한은 8∼9일 대남 오물풍선 수백개를 살포했다. 합참은 이날 “9일 오전 10시까지 북한은 330여개의 오물풍선을 띄운 것으로 식별됐고, 우리 지역에 낙하한 것은 80여개”라고 밝혔다. 합참은 “오물풍선은 동해에도 여러 개 낙하했고, 북한 지역으로 간 것도 있다다”고 밝혔다. 군은 1·2차 살포 당시처럼 격추 사격 대신 낙하 후 경찰과 함께 풍선을 수거했다.


박수찬·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