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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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충북 등 오물풍선 신고…‘신경작용제 발견’ 가짜뉴스 소동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육대전 게시글 확산… 軍 “사실 무근”
“폐지·비닐 등 담겨… 위해 물질 없어”
'음주 회식’ 전방 사단장 직무 배제

북한과 인접한 수도권·강원뿐만 아니라 충북에서까지 대남 오물풍선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9일 잇따라 접수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전국에서 157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오물풍선 발견 신고는 120건, 상담·오인 등 신고는 37건이다. 인명 피해나 규모가 큰 재산 피해는 아직 없다.

9일 오전 5시 32분쯤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한 빌라 옥상에 떨어진 오물풍선을 소방대원이 치우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경기 북부 지역에선 오후까지 37건의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이번에 발견된 풍선에서는 대부분 폐지나 비닐 조각 등이 들어 있었다. 일부에서는 중국어가 적힌 종이도 발견됐다. 인천과 경기 남부 일대에서도 신고가 각각 8건, 12건 접수됐다. 강원 홍천군과 춘천시의 농경지 등에서도 신고가 들어왔다.

 

서울에선 이날 오전까지 시 오물풍선 비상대응반에 신고가 30여건 접수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북한이 우리 민간 지역을 대상으로 또다시 오물풍선이라는 저열한 도발을 하고 있다”며 “근본적 대응책을 정부, 군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충북 영동군에서도 오전 11시54분 “황간면 야산에 북한에서 온 것 같은 풍선이 매달려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풍선 안에는 오물 외에 특별한 위험물질은 없었다고 한다.

9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전날부터 대남 오물풍선 330여 개를 살포했고 우리 지역에 80여 개가 낙하했다. 이날 오전 서울 각지에서 관련 신고가 이어졌다. 사진은 노원구 상계동 도로변에서 발견된 대남 오물풍선 잔해.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이 세 번째 살포한 오물풍선에 신경작용제가 있다는 소식은 군 당국이 현장 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통오류에 따른 가짜뉴스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페이스북 계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는 “북한이 살포한 대남 오물풍선에 신경작용제가 나왔다는 제보 내용이 있어 확인 중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육대전은 군대 관련 제보나 게시글을 올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최근 이곳에 게재된 경기 파주시 최전방 육군 사단장의 음주 회식 제보가 사실로 확인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글도 빠른 속도로 온라인에 퍼져 나갔다. 신경작용제는 인체에 침입하면 빠른 시간 내에 자율신경계통인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파괴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급속살상 작용제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으며,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에 따르면 바다에서 식별된 오물풍선을 선박을 이용해 수거한 후 분석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선박 매연에 의해 1차 이상반응이 나왔으며, 2차 분석 작업에서 최종적으로 안전위해 물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합참 관계자는 “1차 테스트 결과를 실무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고 이때 정보가 퍼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당시 음주 회식을 한 것으로 파악된 육군 제1보병사단장에 대해 군이 8일 직무 배제 조치를 내리고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육군은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전방 부대의 중요 지휘관이 직위자들과 음주 회식을 갖는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지휘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 군사대비태세 유지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찬·구윤모 기자,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