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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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향해 BTS ‘봄날’ 틀었다”… 8년 만에 대북 확성기 재개

군이 9일 오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다. 북한의 거듭된 오물 풍선 공세에 대응해 북한 김정은 정권이 가장 민감해하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군이 6년여 만에 재개한 대북확성기 방송에는 김정은 정권의 주민 억압 실태와 대한민국의 발전상이 전달됐다. 특히 첫 방송에선 방탄소년단(BTS) 등 한류 스타의 노래가 송출됐다. 한국 소식과 한류 콘텐츠는 북한 김정은 체제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통해 주민들이 접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통제하는 내용이다.

 

정부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를 재개에 대한 대응 조치로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기로 한 9일 파주 접경지역 군사 시설물 모습. 뉴스1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후 5시쯤부터 북한과 인접한 최전방 부대 인근에서 대북확성기 방송을 개시했다. 이날 방송은 ‘북한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진실과 희망의 소리를 전하는 자유의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인사로 시작됐다.

 

방송에서 첫 번째 소식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9·19 군사합의 전부 효력정지안을 재가했다”며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정부가 해당 결정을 북한에 통보하면 합의 효력은 즉시 정지된다”고 전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대북방송을 즉각 시행하는 상황에 대비해 전방지역에서 실제훈련을 최근 실시했다고 9일 밝혔다. 사진은 과거 전방에서 실시된 확성기 이동 및 설치 모습. 합참 제공

두 번째 소식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 정기 이사회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끊이지 않는 미사일 도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세 번째 소식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능형 손전화기(휴대폰)가 전 세계 38개 국가에서 출하량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네 번째 소식은 ‘외부 영상물 시청 및 유포에 관한 단속과 검열이 돌연 강화돼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북한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대한민국의 북한 전문 보도 매체가 보도한 것을 알리기도 했다.

 

30분가량의 보도 광장 뉴스 코너가 끝나고, “여기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보내드리는 자유의 소리 방송입니다”라는 안내 메시지와 함께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뉴시스

1부 보도 광장이 끝나고 5시 45분부터는 2부로 ‘서울말과 평양말의 차이’를 해설하는 방송이 됐는데 중간중간에 BTS의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 노래와 ‘볼빨간 사춘기’의 노래 등을 틀어주기도 했다. 이날 확성기 방송은 약 2시간 동안 송출됐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3년 5월 서해 군사분계선(MDL)에서 처음 시작됐다.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에 맞대응하는 형식이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대북 확성기 방송을 활용한 심리전이 가동됐고 문재인정부 시절 이뤄진 4·27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6년 넘게 중단된 상태였다.

 

북한은 대북 방송에 극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2015년 8월 군이 DMZ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해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DMZ 남방한계선 이남에서 확성기를 향해 14.5㎜ 고사총과 76.2㎜ 평곡사포 3발을 발사하는 군사도발을 감행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