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단독] 악천후 속 강행 ‘거제 100K 트레일러닝 대회’…경찰 요청에 결국 중단

지난 주말 경남 거제에서 열렸던 ‘100K 트레일러닝 대회’가 비로 인한 악천후로 대회 도중 결국 중단되는 사태를 빚었다.

 

야간에 비를 맞고 운동한 탓에 저체온증을 호소하는 참가자들이 발생하면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관련이 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주최 측은 일부 참가자들의 신고를 받았음에도 강행하다가 경찰의 중단 촉구 연락을 받고서야 남은 대회 일정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다.

 

10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일 오전 거제시 고현동 거제종합운동장에서 ‘거제 100K 트레일러닝 대회’가 열렸다.

 

트레일러닝(trail-running)은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나 트랙이 아닌 산이나 초원, 숲길 등 자연 속을 달리는 운동으로, 이른바 ‘산악마라톤’으로 알려져 있다.

 

거제 100K 트레일러닝 대회는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대회로, 이번 대회 주최‧주관은 거제시체육회, 거제 100K 추진위원회가 각각 맡았다.

 

대회 참가 종목은 △20K △30K △60K △110K 네 종목이며 종목마다 5시간, 8시간, 18시간, 33시간 제한시간이 정해져 있다.

 

또 종목마다 310명, 336명, 167명, 194명 총 1007명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종목에 따라 5만2000원부터 23만9000원의 참가비와 함께 장거리 코스 참가자들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각종 안전 장비 등을 구비해야 출전이 가능하다.

 

창원기상대에 따르면 대회 시작 후 오전 9시30분부터 거제 지역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부 지역에는 이 비가 다음날 오전까지 내렸고, 대회 당일 자정까지 거제 지역 강수량은 57.3㎜를 기록했다.

 

장거리 코스 참가자들의 활동 시간대인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2시간 동안 내린 비는 20㎜였다.

 

빗줄기가 점점 강해지면서 중도 낙오자가 다수 발생했다. 60K 코스 완주자는 참가 인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부 중도 낙오자들이 대회 주최 측에 대회 중단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야간에 비를 맞으면서 운동한 탓에 저체온증을 호소하는 참가자들의 신고가 경찰과 소방당국에 접수됐고, 경찰은 대회 주최 측에 중단 요청을 했다.

 

오후 8시30분쯤 참가자들의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돼 거제시 부시장이 남은 대회 일정을 중단하라고 지시하면서 상황이 일단락됐다.

 

크게 다친 참가자들은 없었지만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한 참가자는 “올해 이 대회 코스 난이도가 지난해 대비 상당히 높았다는데 대회 시작 후 내린 비가 하루 종일 내렸다”면서 “완전히 젖은 상태에서 걷기 시작해 추워서 정상적인 레이스가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었나 싶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체육지원과 관계자는 “대회 특성상 참가자 안전 관리 계획을 받고 출전하지만 만약 경찰의 중단 요청이 없었다면 대회가 계속 진행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경찰 요청을 받고서야 상황이 좀 심각한 것을 인지하고 대회가 중단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 설 명절을 앞두고 거제시 체육지원과 한 직원이 거제시민축구단 간부로부터 칫솔 선물 세트를 받았다가 정부 암행감찰단에 적발돼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이 직원은 지방공무원법 위반 책임을 물어 받은 물품 금액의 2배인 8만원을 과태료로 냈다.


거제=강승우 기자 ks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