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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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 내리막길 돌진한 빈 트럭…30대 청년이 막아세웠다

뛰어가 브레이크 밟다 발목 골절…경찰, 감사장 수여
지난 4월10일 경기 광주시에서 시민 이희성씨가 비탈길을 굴러가는 트럭을 세우기 위해 달려온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유튜브 영상 갈무리

 

학원가 인근 내리막길에서 30대 남성이 제동장치가 풀린 트럭을 멈춰 세워 사고를 예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0일 경기 광주경찰서에 따르면 이희성씨는 지난 4월10일 오후 2시50분쯤 광주시 태전동 소재 자신이 일하는 회사 건물 앞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운전자 없이 비탈길을 내려오는 1t 트럭을 목격했다.

 

공개된 당시 현장 영상을 보면 이 트럭은 길가에 주차된 SUV 차량을 충돌하고도 멈추지 않은 채 돌진해 내려갔다. 트럭 운전자는 차량을 멈춰 세우기 위해 차 옆을 붙잡고 뛰어 내려가고 있었으나, 가속도가 붙은 트럭을 정지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를 목격한 이씨는 곧장 트럭으로 뛰어가 차량 운전석 문을 열고 올라탄 뒤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멈췄다. 이씨는 “잠깐 쉬는 시간에 1층에 커피를 마시려고 내려와 언덕에 서 있었는데, 어르신 한 분이 트럭 뒤에서 끌려다니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조사 결과 트럭 운전자는 내리막에 주차한 뒤 사이드 브레이크를 제대로 채우지 않고 내리는 바람에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주변에 학원 차량이 많이 다녀서 이씨가 차를 세우지 않았다면 2차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슬리퍼를 신은 상태에서 급하게 달려가 차에 올라타느라 왼쪽 발목이 골절됐으며, 아직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씨는 “사고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며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라도 그 상황을 목격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이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유재열 광주경찰서장은 “위험한 상황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은 시민 덕분에 큰 사고를 예방했다”며 “앞으로도 민·관·경이 함께 시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