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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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학생회비 ‘슬쩍’, 차명계좌에 넣은 전 간부… 쟁점은 ‘사용 여부’

인하대 학생자치기구 간부 수천만원 횡령 의혹
자치비 돌려주지 않다가 횡령 논란 불거지자 반환
유사 사건 판례…法 “사용했을 때 비로소 횡령 행위”
총학생회, 계좌 입출금 내역 열람 위해 소송 제기할듯

인하대학교 학생자치기구 전 간부가 학생회비 수천만원을 차명계좌에 보관하다가 뒤늦게 반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총학생회가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차명계좌에 돈을 보관한 것이 불법적으로 개인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였다는 점, 실제 개인적 용도로 자금을 사용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 전 간부는 계좌 입출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10일 인하대에 따르면 인하대 총학생회는 총대의원회 전 간부 A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A씨는 인하대 재학생들의 학생회비로 조성된 자치비 3900만원을 여러 차명계좌에 보관하다가 뒤늦게 반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인하대학교 전경. 인하대학교 제공

학생회는 지난해 총대의원회 간부를 맡은 A씨가 각 단과대 자치기구 등에 지급해야 할 자치비를 자신의 계좌로 받은 뒤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임기 만료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자치비를 돌려주지 않다가 최근 학내에서 횡령 논란이 불거지자 이달 초 뒤늦게 반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관건은 A씨가 자치비를 왜 차명계좌에 보관했는지, 이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바 있는지가 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2006년 회삿돈을 빼돌려 조성한 비자금을 차명계좌에 보관했더라도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범죄수익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회사 자금을 인출해 차명계좌에 보관한 행위가 법인 자금으로 별도 관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불법영득 의사로 이뤄진 것이라 인정할 수 있을 만큼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구체적으로 비자금을 사용할 때 비로소 횡령 행위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하대 총학생회는 우선 A씨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 계좌 입출금 내역을 열람하기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총학생회는 A씨의 행위가 횡령에 해당한다고 보고 법적 대응을 하기 위해 최근 대의원 총회를 거쳐 소송 권한을 위임받은 상태다. 

 

인하대 총학생회장은 앞서 입장문을 내고 “A씨의 행동은 횡령죄를 구성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본인이 보관하던 자치비를 차명계좌로 유출했고 반환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했으며 거짓된 설명으로 학생 자치기구들의 예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