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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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오늘 대북방송 안튼다…"북한, 대남 확성기 설치 동향"

우리 군이 10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와 한반도 긴장 상황, 윤석열 대통령의 출국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방송에 대한 질문에 "우리 군은 전략적·작전적 상황에 따라서 융통성 있게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우리 군 초소와 북한 군 초소.

이어 "장비의 휴무·휴동 등과 함께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며 "필요한 시간만큼 필요한 시간대에 작전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부 현안과 위치는 공개가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우리 군이 지난 9일 오후 5시경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여만에 실시하자, 그에 대한 대응으로 같은날 밤 오물풍선 310여개를 또 한번 살포했다. 이에 따라 군 안팎에서는 10일 우리 군이 9일에 이어 이틀 연속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이날은 대북 방송을 실시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현재까지 실시하지 않았다"면서도 "북한이 비열한 행위를 할 경우에는 즉시 방송할 준비는 돼 있다"고 말했다.

 

군이 이렇게 결정한 배경에는 지난밤 김 부부장의 담화 수위 등 여러가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9일 밤 오물풍선 살포 직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한 "서울이 더 이상의 대결 위기를 불러오는 위험한 짓을 당장 중지하고 자숙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우리 군은 김 부부장의 발언이 정제된 톤이라며 예상보다 낮은 수위라고 평가했다. 확성기 대응사격 등 강력한 메시지가 담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이날 담화에선 이같은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어제 담화는 오랜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의 위력을 경험한 북한이 현 대치 정국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는 모양새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이 10일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한 시점에서 한반도 긴장수위를 더 이상 높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북한은 대남 방송기 설치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2020년 6월 대남 확성기를 철거했다. 이번에 방송을 재개한다면 4년 만이다.

 

이들 설비는 성능이 매우 뒤쳐져 대남 방송을 위한 목적보다는 우리가 송출하는 대북 방송을 못 듣게 하려는 방해의 목적이 크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은 북한이 전방지역에 대남방송용 확성기를 설치하는 동향을 식별했다"면서도 "현재까지 대남 방송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 군은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여 만에 실시하는 등 접경지역 긴장 수위가 높아지면서, 우리 병사들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북한은 과거 우리가 대북 방송을 실시할 때 확성기를 향해 조준사격을 감행했을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이성준 실장은 "(우리 병사들의 경우) 1차적으로는 방호가 되는 곳에서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며 "또 필요한 장구류를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격을 받았을 때는 즉강끝 응징할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어, 쉽게 도발하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