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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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과외 교습비만 1억원...“과외생들 합격 시키자” 음대 교수들이 저지른 입시 비리

클립아트코리아

 

서울대와 숙명여대, 경희대 등 서울의 4개 대학 입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현직 음대 교수들이 입시생들에게 불법으로 고액 성악 과외를 진행하고 수강생들에 한해 입시 실기 점수에 특혜를 준 사건이 밝혀졌다.

 

서울경찰청 광역 수사단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5일 학원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 등의 혐의를 받는 입시 브로커 A씨 등 17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17명 가운데 구속된 현직 대학교수 B씨와 서울대 음대 학과장이던 C씨, 학부모 2명 등이 포함된 상태다.

 

A씨는 입시 브로커로 활동하며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서울시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 음악 연습실을 대관해 수험생들을 상태로 미신고 과외 교습소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A씨와 공모한 현직 교수 14명은 음대 수험생들에게 총 244회 걸쳐 성악 과외를 한 뒤 교습비 명목으로 1억3000만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A씨는 679회에 걸쳐 과외를 진행했으며 교습 전 발성을 도와준다는 핑계로 1인당 7만원에서 12만원 정도의 ‘발성비’를 챙겼다. 음대 교수들 역시 30~60분 정도의 과외 교습을 담당하며 20만원에서 50만원 정도의 과외비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수험생들은 발성비와 교수 레슨비, 반주비, 연습실 대관료 등을 전부 부담했으며 1회 교습으로 인당 최대 70만원까지 지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교원이 과외 행위를 하는 것은 현행 학원법상 불법이다. 음대 교수들은 불법임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용돈 벌이의 개념으로 교습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험생과 교수 간 불법 고액 과외교습비 지급 관련 카카오톡 대화 내역. 서울경찰청 제공

 

그뿐만이 아니다. A씨는 과외생들의 입시가 임박할수록 교수의 과외 교습 횟수를 늘리거나 수험생들의 입시 정보를 넘겨줬다. 그는 수험생들이 지원하는 대학교를 알리거나 실기고사 조 배정 순번을 전달하는 등 노골적인 청탁을 이어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성악과를 둔 주요 33개의 대학교에서 심사위원 위촉 여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서울대와 숙명여대, 경희대 등 서울 소재 4개의 대학 실기 심사위원으로 5명의 대학교수가 참여한 사실을 포착했다.

 

학생들의 대학 입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교수들이 허위로 작성한 서약서와 신입생 선발과정에서 자신의 수강생들에게 90점이라는 고점을 부여해 심사 특혜를 제공한 평가표. 서울경찰청 제공

 

해당 교수들은 대학 측 서약서 내용 중 ‘특수관계자가 없다’와 ‘과외 교습을 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을 무시한 채 허위로 작성한 다음 심사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자신이 과외한 학생들의 실기 곡명, 발성, 음색 등을 기억하고 고점을 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과외 수험생들에게 고점을 줘 대학의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학부모 2명은 고액 과외 교습을 받은 뒤 자녀가 원하던 대학에 합격하자 해당 대학교의 교수에게 고가의 명품핸드백과 금품을 제공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아 검찰에 같이 넘겨졌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6월쯤 경찰이 ‘대학교수들이 성악 과외 교습 후 대입 실기시험 심사위원으로 들어가 교습해준 응시자들을 직접 평가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후 수사에 착수하며 수면 위로 드러났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입시 브로커 A의 자택, 음악 연습실을 비롯해 대학교수 B의 교수실 및 입시비리 피해 대학교의 입학처 등 16개소를 3회에 걸쳐 압수 수색을 했다. 이어 피의자 17명 포함해 관련자 56명을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교수들은 대학에 불법 과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서약서도 거짓으로 작성했다”며 “대학은 피해자이고 개별 교수들이 학교도 속이고 입시 비리를 저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원의 과외 교습은 법으로 금지됐고, 입시 심사위원에게 입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영향을 미치는 경우 합격 이후에도 입학이 취소될 수 있으니 당부를 바란다”며 교원 과외 교습에 따른 형사처벌 강화 등 제도 개선도 교육부에 요청했다.


박가연 온라인 뉴스 기자 gpy1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