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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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남북대결 격화 우려 대북 확성기 ‘강약 조절’

상황관리 나선 軍 당국

긴장 고조 부담에 방송 일시 중단
軍 “융통성 있게 작전 시행” 밝혀
대통령실 인근서 오물 풍선 발견

北선 ‘대남 확성기’ 설치 동향 보여
6월 하순 노동당 전원회의 예정
여름철 저강도 도발 감행 가능성

합동참모본부가 10일 오후 4시 기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9일 북한의 오물풍선에 맞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8년 만에 재개한 지 하루 만이다. 남북 대결 국면이 격화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상황 관리’ 차원으로 해석된다.

 

10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이동식 확성기로 추정되는 트럭이 위장막을 덮고 대기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에 대응해 6년 만에 재개된 우리 군의 최전방 지역 대북 확성기 방송이 이날에는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다.   뉴스1

북한은 전날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를 가동하자 곧바로 대남 오물풍선 310여개를 추가 살포했다.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오물풍선이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국립중앙박물관 내부에 오물풍선 추정 물체를 발견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용산공원을 사이에 두고 대통령실과 직선거리로 약 800떨어져 있다.

 

북한의 즉각적인 오물풍선 살포에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다시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군 당국은 ‘융통성’을 강조했다. 합참 이성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전략적, 작전적 상황을 고려해 융통성 있게 작전을 시행한다”고 답했다. 군은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지 않았다. 오물풍선 살포가 거듭될수록 효과가 떨어지고, 윤석열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기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북한은 우리 군의 확성기 방송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합참은 “북한이 전방지역에 대남방송용 확성기를 설치하는 동향이 식별됐다”고 밝혔다. 북한군의 대남방송용 확성기는 우리 군보다 가청거리 등의 성능이 뒤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휴전선 일대 군 장병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우리 군의 확성기 방송이 전방지역의 북한군과 주민에게 전달되는 것을 막으면서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는 카드다.

 

확성기 점검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대한 대응으로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해 남북 간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10일 경기 파주시 접경 지역에서 군인들이 이동형 대북 확성기를 점검하고 있다. 파주=뉴시스

우리 군의 상황관리 시도에도 남북 간 대결 국면이 완전히 해소될지는 불확실하다. 북한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맞서 대남 오물풍선을 살포했다. 확성기를 가동하지 않아도 민간단체가 전단을 보내면 오물풍선을 띄울 수 있다. 이럴 경우 군도 확성기를 재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여름철 북한의 저강도 도발 가능성도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오물풍선이 살포됐던 전날 밤 담화에서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새로운 대응을 목격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위성항법장치(GPS) 전파교란을 강화하거나 휴전선 이북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강에 목함지뢰를 흘려보내는 것,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했다가 단시간 내 복귀하는 등의 방식으로 한·미의 대규모 군사적 대응을 초래하지 않고도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할 저강도 도발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이달 하순에 열릴 예정인 노동당 전원회의 전후로 일련의 군사행동을 벌이며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수찬·김예진·권구성 기자